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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7억대 수뢰 혐의 체포

중앙일보 2015.01.30 01: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정옥근(63·해사 29기) 전 해군참모총장이 방위 사업과 관련해 7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9일 체포됐다.


고속함·호위함 수주 도와
"정 전 총장, 먼저 광고비 요구"
강덕수 전 STX 회장 진술

 서울중앙지검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2008년 자신의 아들이 설립한 요트 회사를 통해 STX조선해양과 STX엔진 등으로부터 7억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정 전 총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명목은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수주 등의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였다고 한다. 정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합수단 출범 이후 체포된 예비역 장성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2008년 3월~2010년 3월 해군참모총장을 지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의 아들이 운영했던 요트 제작·판매 업체 Y사는 2008년 10월 건군 60주년을 맞아 해군이 부산에서 개최한 국제 관함식 행사에서 부대 행사로 요트대회를 진행했다. 윤영하급(PKG) 고속함 등을 납품하던 STX조선해양과 군함용 엔진 등을 생산하는 STX엔진은 당시 Y사의 요트대회에 7억7000만원을 광고비 명목으로 후원했다. Y사는 정 전 총장의 아들이 친구 두 명과 함께 2008년 초 설립한 회사다. 하지만 STX 측의 후원금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폐업했다.



 합수단은 STX 계열사의 후원금을 정 전 총장을 겨냥한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고 보고 있다. STX 측이 해군의 방위사업 관련 물량을 추가로 수주하기 위해 금품 로비를 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STX조선 등은 2008년 말부터 척당 850억원 규모의 유도탄고속함 7척과 2295억원 규모의 호위함 2척을 잇따라 수주하며 방위산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정 전 총장 체포에는 강덕수(64·구속기소) 전 STX 회장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합수단은 당시 행사 후원을 결정한 강 전 회장을 최근 소환해 “정 전 총장이 먼저 광고비를 요구했고 로비 자금 성격으로 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 합수단은 당시 STX 고문이던 윤연(67·해사 25기) 전 해군작전사령관이 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지난 28일 정 전 총장의 아들과 함께 윤 전 사령관을 체포해 조사한 후 29일 밤늦게 귀가시켰다. 또 계좌 추적 과정에서 7억7000만원의 광고비 중 수억원이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이 정 전 총장에게 건너갔는지를 캐고 있다. 합수단은 정 전 총장을 상대로 Y사 설립에 관여했는지, 광고비 일부를 받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정 전 총장의 아들과 윤 전 사령관은 각각 뇌물 수수와 뇌물 공여 혐의로 사법 처리할 계획이다.



 합수단은 지난 6일 정 전 총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서모 STX 사장 등 전·현직 STX 고위 임원들을 잇따라 참고인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 왔다.



 한편 정 전 총장은 군인복지기금 5억2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012년 1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그해 4월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난다.



김백기·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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