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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빛 보다, 화가는 떠났지만

중앙일보 2015.01.30 00:36 종합 21면 지면보기
헤밍웨이 같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이탈리아 로마로 떠난 미국 청년이 있었다. 1956년의 일이다. 이 청년, 존 밀러는 거기서 일러스트레이터 줄리아노 쿠코를 만난다. 두 사람은 밀러가 로마에 머문 10년 동안, 자연을 테마로 네 권 분량의 동화를 만들었다. 66년 미국 뉴욕으로 돌아온 밀러는 여러 출판사에 출간을 타진했지만 수없이 거절당했다.


어린이책 『울퉁이와 콕콕이』 출간

무엇보다 컬러 일러스트레이션 책의 출판 비용 때문이었다. 50년이 지난 뒤, 밀러는 그동안 이사 때마다 소중히 옮겼던 그림과 원고를 다락방에서 우연히 다시 발견한다. 이는 지난해 미국에서 동화책으로 출간됐다. 그림을 그린 쿠코는 2006년에 77세로 세상을 떴고, 글을 쓴 밀러는 팔순 할아버지가 됐다.



 국내에 그 첫 권인 『울퉁이와 콕콕이』(섬집아이·사진)가 출간됐다. 악어와 악어새의 우정 이야기다. 악어새 콕콕이는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을 닮았다. 악어 무리에게 위험한 게 나타났다 경고를 해 놀라게 하지만 늘 장난으로 판명된다. 다른 악어들은 그런 콕콕이를 비난하지만, 악어 울퉁이는 친구를 감싼다. 어느 날 콕콕이의 장난으로 울퉁이는 목숨이 걸린 위험에 빠진다.



거짓말쟁이는 자신과 주변을 곤경에 빠뜨린다는 교훈만이 아니라, 허물 있는 친구를 감싸는 우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따뜻한 책이다. 참고로, 이집트 나일강가의 악어새(이집트 물떼새)는 악어 이빨에서 음식을 집어내 먹고, 위험이 다가오면 악어들에게 경고를 해준다는 속설이 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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