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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염상섭·김훈 … 한국문학 위엄을 보라"

중앙일보 2015.01.30 00:35 종합 21면 지면보기
소설가 황석영(72·사진)씨의 작품 목록에는 빼어난 중단편이 수두룩하다. TV드라마·영화로 제작돼 널리 알려진 ‘삼포 가는 길’뿐이 아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월간 ‘사상계’에 발표한 1962년 등단작 ‘입석부근’은 요즘 감각에 비춰봐도 힘이 넘친다. 간척 현장의 절망적인 실상을 그린 중편 ‘객지’, 날카로운 계층갈등을 다룬 단편 ‘섬섬옥수’도 빼놓기 어렵다.


101명의 『…명단편 101』 10권 내
자신 작품으론 '몰개월의 새' 수록

 그런 황씨의 안목이 담긴 선집(選集)이다 보니 호기심이 일 수밖에 없다. 29일 출간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전 10권, 문학동네) 얘기다. 2011년 말부터 꼬박 3년간 여러 작가들의 모든 단편들을 찾아 읽은 뒤, 선정한 작품들을 출판사 문학동네의 네이버 카페에 차례로 소개하며 101명의 101편의 목록을 완성했다.



 황씨는 101편을 ‘식민지의 어둠’(1권), ‘해방과 전쟁’(2권), ‘폭력의 근대화’(4권), ‘너에게로 가는 길’(10권) 등 10개의 주제로 나눠 묶었다. 1권에는 염상섭의 ‘전화’와 월북작가 김사량의 ‘빛 속으로’ 등이, 마지막 10권에는 김훈의 ‘화장’과 황정은의 ‘묘씨생’ 등이 들어 있다. 이문열의 작품으로는 『젊은 날의 초상』에 실린 ‘하구’를, 최인호의 작품 중에서는 대표작 ‘타인의 방’을 꼽았다. 90년대 이후 작품들에 8권에서 10권까지 세 권이나 배정해 ‘당대’를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작품을 뽑은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황씨는 “가급적 한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면모를 보여주되 그러면서도 작가의 인생이나 개성을 함축한 작품을 고르려고 했다”고 작품 선정 기준에 대해 밝혔다.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이냐는 질문에는 “작가의 의도를 에둘러 표현한 의젓한 작품, 징징대지 않고 감정을 억제해 작품의 속뜻을 내비치는 메타포가 탁월한 작품”이라 답했다. 그런 기준에 따라 황씨 자신의 작품으로는 단편 ‘몰개월의 새’를 꼽았다. 해병대원으로 월남 파병되기 직전의 경험을 다룬 내용이다.



 그는 “101편 전체를 놓고 보니 20세기를 거쳐 21세기 넘어온 한국문학의 사생활, 문화사, 한국 민초들의 미시사가 집대성된 것 같다”며 “이 나이에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어 굉장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작품마다 덧붙인 황씨 자신의 글은 단순한 독후감이 아니다. 해당 작가의 이력과 작품 세계를 훑어볼 수 있는 ‘미니 작가론’ 격이다. 특히 작가와 자신과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소개했다. 가령 이문구의 작품 ‘해벽’에 덧붙인 글에서는 ‘아, 정말로 이문구를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라고 탄식하며 15쪽을 할애해 평소에는 두 살 어린 자신의 반말지거리를 참아주면서도 가끔씩 서열을 확인하곤 하던 이문구의 인간적 면모들을 떠올린다. 각 권의 뒷부분에는 평론가 신수정씨의 해설을 보탰다.



 황씨는 “이번 선집을 통해 ‘고통의 치유자’ 혹은 ‘수난의 해결자’라는 이름으로 곡절 많은 이땅의 삶을 살아낸 한국문학의 품격과 위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도 “조만간 경장편 한 편을 발표할 생각”이라고 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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