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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 정우의 통기타가 속삭이다

중앙일보 2015.01.30 00:34 종합 21면 지면보기
영화 ‘쎄시봉’에서 정우가 연기한 오근태는 윤형주(강하늘)·송창식(조복래)과 함께 ‘쎄시봉 트리오’로 활약했던 뮤지션이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TV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tvN)의 ‘쓰레기’ 역으로 이른바 ‘응사앓이’의 주역으로 떠올랐던 배우 정우(34). 그가 이번에는 제대로 ‘정우앓이’를 일으킬 것 같다. 풋풋한 청춘과 첫사랑, 낭만적 음악이 어우러진 영화 ‘쎄시봉’(2월 5일 개봉, 김현석 감독)을 통해서다.

영화 '쎄시봉'서 통영 촌놈 오근태 역
'트윈폴리오' 탄생 배경 제3인물
석 달 배운 기타 솜씨 수준급
"90년대는 짜릿, 60년대는 포근
가슴 절절한 노랫말에 힐링돼"



이 영화는 1960년대 후반, 한국에 포크 유행을 일으킨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으로 관객을 이끈다. 쎄시봉이 낳은 포크 듀오 트윈폴리오(윤형주·송창식)의 탄생 배경에 제3의 인물이 있었다는 설정이다. 정우가 연기한 오근태가 바로 그다. 정우는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한효주)에게 반해 순정을 바치는 ‘통영 촌놈’ 근태를 매력있게 소화했다.



그는 “‘쎄시봉’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촬영하는 동안에도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며 “내가 느낀 설렘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촌스럽지만 속 깊은 순정남 캐릭터를 탁월하게 소화했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웃음). TV드라마를 보면서도 배우들의 눈빛이나 감정을 느끼면 자주 울컥한다. 일단 내 스스로 인물에 공감해야 작품이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쎄시봉’이 그랬다.”



 그는 극 중 근태가 “무엇보다 겉멋 든 캐릭터가 아니어서 좋았다”며 “친근함이 느껴지고, 입에 착 붙게 진심이 느껴지는 대사들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 실제 스무 살 시절은 어떻게 보냈나.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뭘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했다. 부모님이 고향 부산에서 서점을 운영했다. 그 덕분에 영화 잡지를 즐겨봤는데, 잡지만 보면 맨 뒷장에 실린 배우 오디션 공지 날짜 확인하느라 바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작사에 찾아가 프로필을 들이밀며 인사드리곤 했다.”



 영화에서 정우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등의 노래를 직접 불렀다. 그는 “기타 연주와 노래가 서툰 역할이라 다행”이라고 겸손해 했지만, 촬영 전 3개월간 배웠다는 기타 솜씨가 수준급이다. 정우는 “‘웨딩 케이크’는 가사가 너무 슬프고, ‘쎄시봉 트리오’가 흥겹게 부른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이 좋다”고 했다.



 - 당시 포크송이 귀에 익지 않았을 텐데.



 “그때 노래는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하는 느낌이었다. 워낙 가사가 좋고 멜로디도 담백해 가슴에 절절이 와닿는다. 평소에도 1960~70년대 노래뿐 아니라 김광석과 이문세, 김학래의 곡도 즐겨 듣곤 했다.”



 - 촬영 전 오근태의 실제 모델인 이익균씨를 만났다고 들었다.



 “지난해 쎄시봉 친구들 공연장에서 만나뵈었다. 윤형주·송창식 선생님과 함께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을 깜짝 공연으로 부르시는 걸 봤는데 기분이 정말 묘했다. 대기실에서 인사를 나누다 나도, 선생님도 부산상고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극 중 근태가 처음 등장할 때, 목 놓아 부르는 노래가 실제 부산상고 교가다.”



 ‘쎄시봉’은 복고 코드가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응답하라’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정우는 “대신 내가 연기한 인물이 다르고 시대도 완전히 다르다”며 “90년대는 왠지 짜릿하고, 60~70년대는 한층 포근하고 따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응답하라 1994’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게 부담스럽진 않나.



 “그게 뭐 어떤가. 출연작들은 내 팔다리고 심장이다. ‘라이터를 켜라’(2002, 장항준 감독)의 부하7, ‘바람난 가족’(2003, 임상수 감독)의 동네 양아치1, ‘짝패’(2006, 류승완 감독)의 어린 왕재가 나다. 그 모든 것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됐다는 것을 늘 잊지 않으려 한다.”



이은선 기자



★★★★☆ (정지욱 평론가): 음악과 낭만과 로맨스를 아는 감독의 연출. 추억을 소재로 한 낭만적인 영화가 탄생했다. 연기·음악·미술 등 그 무엇 하나 모자람 없는 수작.



★★★☆ (김효은 기자): 이토록 순정한 사랑, 포크 음악을 타고 마음을 적신다. 한 시대의 예술이 만개하던 공간 그리고 청춘, 언젠가 우리도 이런 음악영화를 갖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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