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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5㎞ 미국 역사 횡단 길 최소 열흘은 누려 보세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5.01.30 00:14



Discover America ② ROUTE 66
최소 열흘은 누려 보세요























미국 여행의 종착점이 있다면 ‘대륙 횡단’일 것이다. 좁은 땅덩이에 사는 우리에겐 더욱 그렇다. 한국의 약 100배에 달하는 광활한 땅을 동서로가로지르는 건 가장 낯선 경험일지도 모른다. 동선은 어떻게 짜도 좋다. 하지만 미국의 독특한 자연 풍광과 역사·문화를 관통하는 길을 따라가고 싶다면 시카고에서 시작해 로스앤젤레스(LA)까지 이어지는 66번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미국의 심장 관통하는 ‘역사도로’



 미국을 횡단하는 방법은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 하나 미국의 심장을 관통하는 길은 단 하나 ‘루트 66’뿐이다. 루트 66은 1926년에 건설된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고속도로다. 시카고에서 LA까지, 8개 주를 관통하는 3945㎞ 길이다.



 사실 루트 66은 고속도로로서 수명을 다했다. 미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도로교통이 개선되는 건 당연했다. 편리한 주간(州間) 고속도로가 하나둘 생기면서 루트 66은 퇴물 취급을 당했다. 그리고 85년 연방 정부는 고속도로 체계에서 루트 66을 제외시켰다. 4000㎞에 달하는 길은 조각조각 나 다른 길에 편입됐고 지도에서 사라졌다.



 미국인들은 루트 66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았다. 87년부터 시민 단체와 지방정부가 나서 도로 복원 작업에 나섰다. 2003년에 이르러 비로소 ‘역사도로(Historic Route)’라는 이름으로 길이 되살아났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단체와 지방정부는 루트 66이 옛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루트 66은 미국의 역사를 응축한 길이다. 1800년대부터 1920년대 대공황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기회의 땅’을 찾아 이 길을 따라 서부로 이주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풍요의 시대’에 접어든 뒤에는 자동차의 대중화와 함께 라스베이거스, 그랜드캐니언, 디즈니랜드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도 이 길을 사랑했다. 소설가 존 스타인벡(1902~1968)은 『분노의 포도』에서 루트 66을 ‘마더 로드(Mother road)’로 표현했고, 작가 잭 캐루악(1922~1969)은 루트 66을 배경으로 소설 『길위에서』를 썼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밥 딜런 등은 청춘을 추억하며 루트 66을 노래했다.



낡은 모텔, 맛 집 … 시간이 멈춘 듯



  루트 66에는 볼 것도 느낄 것도 많다. 대도시에서 여유를 즐기고, 오래된 모텔과 맛 집을 찾아다니며 찬찬히 시간 여행을 즐겨야 한다. 최소한 열흘 이상이 필요한 이유다. 출발 지점은 시카고나 LA, 아무 쪽이라도 상관없다. 단, 미국의 역사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뻗어 갔으니 시카고에서 시작하는 게 자연스럽다.



 시카고의 랜드마크인 윌리스 타워를 뒤로하고 루트 66에 오르면 대장정이 시작된다. 시카고에서 약 400㎞, 리치필드에 닿으면 아리스톤 카페(Ariston cafe)에 꼭 들러 보자.



‘루트 66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유서 깊은 식당이다.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를 통과해 약 2시간30분을 달리면 레바논 시에 닿는다.



여기서는 문거 모스(Munger Moss) 모텔에 묵어 봐야 한다. 최신 호텔처럼 편하지는 않지만 오래된 네온사인과 루트 66의 역사를 품은 장식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캔자스주의 대평원을 스치듯 지나면 오클라호마주에 접어든다. 오클라호마에서는 소도시 ‘포일’에 있는 토템폴 공원에 들러 보자. 세계에서 가장 큰 토템폴(18m)이 있다. 먹성 좋은 여행자라면 텍사스주 아마릴로에는 식당 ‘빅 텍산(Big Texan)’에 들러 보자.



2㎏이 넘는 스테이크와 통감자, 새우 칵테일, 샐러드를 1시간 안에 다 먹으면 음식값이 공짜다. 애리조나주 홀브룩의 위그웜 모텔(Wigwam Motel)도 독특하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살던 텐트처럼 객실을 꾸몄다. 잠시 길에서 벗어나면 그랜드캐니언도 멀지 않다.



 콜로라도 강을 건너면, 캘리포니아주다. 이쯤 되면 긴 여정을 소화하느라 피곤이 단단히 쌓일 터. 주저 말고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달려가자. 루트 66의 끝을 알리는 하얀 표지판이 먼 길 달려온 여행자를 반겨 준다.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미국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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