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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김영란법 적용 대상 확대 바람직한가?

중앙일보 2015.01.30 0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논쟁의 초점 -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위헌 및 과잉 입법 지적도 나온다. 이에 현재 통과된 법안대로 추진할지, 범위를 기존의 공직자로 축소할지에 대해서도 이론이 분분하다. 김영란법의 범위가 적정한지에 대해 양론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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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투명성 높이는 계기



김정범
변호사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면서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 원안에서 이해 충돌 방지 부분이 빠졌지만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와 언론, 그리고 유치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우리 형사법 체계는 공무원이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뇌물죄로 처벌했다. 이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만 뇌물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김영란법의 경우 공무원이 아닌 경우에도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존의 형사법 체계를 흔드는 것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청렴도를 높임으로써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법 감정이다.



 공직자가 금품을 수령한 경우에 적용되는 뇌물죄는 직무 수행에 있어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뇌물죄의 구성에 있어서 뇌물과 직무 행위의 대가 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다 보니 공직자가 금품을 수령하는 대부분의 경우 처벌하지 못하는 예가 발생했다. 이러다 보니 직무 수행에 있어서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제공받는 것이 관행화되어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김영란법이 지금까지의 우리 형사법 체계에 반하는 것이고 상당한 기간 일대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은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국제투명성기구는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부패인식지수)를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에서 27위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청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가난한 사람들의 비율이 낮고 국민에게 부의 혜택이 골고루 나누어진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만큼 국가청렴도는 국가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아시아 2위국이었던 필리핀이 공직사회의 부패로 인해 지금은 하위로 떨어진 예는 국가의 청렴성이 국가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내용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반대론도 있다. 그러나 직무의 공공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이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도 하다. 내용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반대 논의도 있다. 그러나 명확하다는 것은 통상 일반인의 법 감정에 의할 경우 해당 법률의 입법 목적이나 내용 등이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정형화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무런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규정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으로도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전 국민을 전과자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난센스다. 일반 형벌법규의 경우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김영란법보다 적용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소극적 업무 집행과 복지부동의 자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 공직사회에서 일반화된 이야기이며 김영란법 때문에 발생하는 이유는 아니다.



 공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제한되고 금품을 수수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은 연좌제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직 수행의 투명성은 공직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도움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 금품을 수령하는 경우 어떤 요건하에서 처벌받도록 할 것인지의 유형을 구체화시킴으로써 연좌제 금지의 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갖가지 부정부패로 흔들거리고 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되는 것이 공직사회와의 유착이었다. 공직자가 제대로 업무를 처리했을 경우 발생하지 않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착으로 인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라도 공공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정범 변호사·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



지나친 입법만능주의 경계해야



김관기
변호사(김박법률사무소)
공사를 막론하고 조직의 구성원은 조직에 충성할 것이 요구된다. 물론 직위를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변종은 있다. 조직의 권력을 횡령하는 이들을 제재하지 않으면 조직은 생존할 수 없다. 직무의 청렴함을 강제하는 윤리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중대한 위반은 형사처벌을 받는다.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금품 수수는 받는 사람 주는 사람 모두 처벌받고 뇌물은 요구, 약속만 해도 범죄다. 제3자도, 알선도 처벌받는다. 재판 실무는 매우 엄격하다. 직무 관련성은 광범위하게 추정되므로 금품의 수수가 증명되면 공직자가 빠져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유죄가 인정되면 거의 예외 없이 징역형이다. 민간인도 마찬가지다. 부정한 청탁이 매개된 경우 배임수재죄로, 손해가 발생하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는데, 웬만한 청탁은 다 부정한 것이고 손해도 증명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사처벌은 최소한의 법적 강제일 뿐이다. 공직자는 이유 없는 선물을 거절해야 한다. 자신과 가족, 친지와 관련된 업무를 피하거나 이해관계를 공개해 다른 사람들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청탁은 물리쳐야 하고 그 사례는 보고하여 다른 조직원과 공유해야 한다. 또 이런 자세를 공무원에게만 요구할 이유도 없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임직원도, 교직자도, 은행원이나 대기업의 직원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직위에 있는 사람의 가족도 근신해야 할 것이다.



 공인의 부패와 무능에 대한 분노가 비등할 때 국민 정서는 강력한 조치를 기대한다. 금품 수수를 이유로 공직자를 벌하는 데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가족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처벌하며 언론인과 교원까지 공직자에 준하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속칭 ‘김영란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반응이다. 이들은 조직이 직무 규정 위반을 이유로 견제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무 수행을 빙자하여 화려한 의전을 즐길 가능성도 매우 큰 자들이다. 입법 취지에 따르면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명목의 금전 후원부터 금지해야 한다. 이것을 뺀다면 법안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그러나 중·하위직 공직자와 민간인, 이들의 가족까지 형사처벌로 위협하는 것은 지나친 입법만능주의다. 중대한 위반은 현행법으로도 형사처벌을 받고, 그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중징계 사유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생존을 위협하므로 형벌보다 못하지 않은 제재 시스템이다. 사소한 위반에 대한 광범위한 형벌은 민주국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권력의 과도한 팽창이다.



 공직자에 대한 청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누구든지 공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공무원은 심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든가 부당한 청탁이라면 거절하든지 무시한다. 그러나 청탁이 부당하다고 이를 모두 보고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면, 그것은 공무원에게 또 하나의 일거리를 얹어 준다. 그렇게 되면 그러한 상호 감시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필요로 하게 된다. 육상의 해군까지 건설하게 된다. 그것은 가뜩이나 힘든 국민의 세금 부담을 늘린다. 공무원은 가능하면 시민과 접촉하기를 꺼리게 될 것이다. 법적 의무와 근거가 없다는 핑계로 일을 안 하려고 할 수 있다. 침몰하는 배, 불타 오르는 건물을 앞에 두고 공무원이 부탁의 정당성을 따질 여유가 있겠는가.



 입법의 목적이 좋다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공직자에 대한 불신을 핑계로 모든 시민이 서로 감시하는 전체주의 체제를 만들어낼까 두렵다. 어디에나 변종은 있게 마련이다. 가려내고 처벌하면 된다. 빈대 잡으려고 집을 태울 수는 없다. 보험금 노리고 살인을 하는 자가 있다고 생명보험산업을 없앨 수 없듯이, 공직의 부패가 우려된다고 전체 시민의 자유를 축소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다. 사람의 일이 그렇듯이, 정부를 포함해 사람이 만든 모든 체제는 어느 정도의 실패가 있게 마련이다. 빈틈을 전부 메우려고 하는 시도는 체제를 망가뜨린다.



김관기 변호사(김박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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