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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업이익환류세가 과연 경기를 살릴까

중앙일보 2015.01.30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전석진
법무법인 한얼 변호사
정부 입법안으로 이른바 기업이익환류세가 제안돼 올해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기업 유보이익 중 투자, 배당, 임금 인상에 쓰이지 않는 유보이익에 대해 10%의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법 개정이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은 형벌 규정이다.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세법이 아니라 형법상의 부작위범 처벌 규정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법원 판사인 러니드 핸드 판사는 “유보이익세는 주주배당과세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형벌 규정이므로 고의가 요건이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바 있다. 이 법의 입법취지를 보면 정부안 설명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업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환류되지 않으면서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국민경제의 악순환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기업 이익잉여금의 사용에 대해 정책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즉 경기를 살리려면 정부가 기업소득을 투자와 소비에 투여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정부안에 대한 특별한 반대가 없었고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자유주의 헌법 체제하에서 국민의 자유를 규제하거나 형벌을 부과할 때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정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해당 법률의 헌법 적합성이 인정되려면 입법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돼야 한다. 이 법의 입법 목적은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과연 한국 사회가 경기침체기에 있는가. 지난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잠정치는 3.4%로 전 세계 평균성장률 3.3%를 4년 만에 상회했다. 이것도 잠정치로 GDP 디플레이터가 집계되면 3.7% 정도로 확정될 것이라는 것이 유력 경제학자들의 견해다.



 그러면 경제성장기에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한 경제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목적의 정당성이 있는가.



 케인스 경제학에선 유효수요 부족에 의한 불황에서 탈출하려면 유효수요 증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솔로의 ‘기술에 의한 경제성장 이론’ 이후에 로머, 루카스, 슘페터 등 쟁쟁한 경제학자들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생산성 향상, 즉 기술 발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디아멘디스, 커츠와일 등 세계를 이끌고 있는 학자들은 최근 기술발전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어 앞으로 세계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견해를 유력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경제가 유효수요 부족으로 경기 침체기에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기술발전으로 성장세에 돌입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다.



 그런데 정부가 확실치도 않은 미래예측을 근거로 정부의 견해를 강요한다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없다. 또 수단의 정당성도 없다. 기업이익환류법은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법인에만 벌금을 부담한다. 경기침체를 방지하는 수단으로 위 두 법인에만 벌금을 부과해야 달성할 수 있다는 방식은 전혀 합리적인 근거가 없어 수단의 정당성이 없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은 부연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세계 최고다. GDP의 4.04%로 미국의 2.76%, 중국의 2.4%, 인도의 0.88%보다 현저히 높다. 이러한 기업의 태도는 기술이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솔로 등의 학자들 견해와 일치한다. 이익잉여금을 투자로 유도하는 법이 없더라도 기업들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R&D 관련 인센티브 세제는 줄이면서 위와 같이 투자와 소비를 늘리기 위한 형벌 규정을 입법한 것이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경기 확장기에 경기 불황대책을 쓰면 오히려 경제성장에 장애만 일으키게 된다.



 이 법은 또한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 이 법은 해외투자를 범법화할 것인가 여부를 전적으로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것은 형벌 요건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도 명백히 위배된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헌법적 원칙을 명백히 위반해 제정된 기업이익환류법에 대해 반드시 위헌심판 제청을 해 이 문제를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통산업발전법으로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 규제를 하는 것도 그렇다. 일요일 영업 금지법(Shop Closing Law)은 종교적인 이유로 한때 다른 나라에서 시행된 적이 있으나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는 법이다.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규제하려면 공공의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영세상인의 영업을 조금 도와준다는 것은 헌법상 인정되는 공공의 이익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경제계획을 하고 이를 자유주의 헌법체제하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방법으로 경제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이는 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 같은 부작용이 현실화되기 전에 반드시 이 법을 교정해야 마땅할 것이다.



전석진 법무법인 한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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