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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실직·퇴직하면 되레 상승 현 건보료 부과 체계는 '모순 덩어리'

중앙일보 2015.01.29 01:44 종합 6면 지면보기
지난해 초 건강보험공단 한 지사에 30대 중반 주부가 고함을 지르며 들어섰다. 그녀는 “어린 자식 셋과 실직한 남편, 우리 식구 어떻게 살라고”라고 소리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이 실직하면서 건보료가 7만3390원에서 오히려 13만1560원으로 뛰자 항의한 것이다. 1억1760만원짜리 아파트와 애들 셋에 건보료가 붙으면서 건보료가 약 두 배로 뛰었다. 건보공단에는 이런 불만 민원이 지난해 5700만 건이 쏟아졌다.


건보료 체계 왜 고치려 했나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모순 덩어리다. 소득이 나오지도 않는 재산과 자동차에 보험료를 매긴다. 서울에 106㎡ 아파트가 한 채 있으면 건보료가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전·월세에도 매긴다. 반지하 셋방이나 낡은 자가(自家) 주택에 사는 저소득층, 실직자·은퇴자에게 고통을 안긴다. 직장인은 근로소득에만 건보료를 매기고,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재산·자동차에 매긴다. 지역가입자는 소득파악률이 낮아서 재산·차에 매긴다.





 가장 큰 불만이 재산 건보료다. 재산을 임대해 소득이 생기면 거기에 건보료를 물리는 게 이치에 맞는데 재산 그 자체에 건보료를 매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자동차 건보료를 매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재산도 일본과 한국만 매기는데 일본은 점차 그 비중을 낮추고 있다. 송파 세 모녀도 변변한 소득이 없었는데도 월 5만원가량의 건보료를 내야 했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세상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고용시장이 변하면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오가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건보료가 내리는 사람도 있지만 500만 명 정도가 올라 반발이 거세다. 월급쟁이 때는 근로소득의 6.07%(절반은 회사 부담)만 건보료로 부담하다가 실직하거나 퇴직하면서 건보료가 되레 올라가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3억원짜리 집이 있고 자동차가 1대 있으면 건보료가 직장인일 때 5만8900원에서 20만1360원으로 뛴다. 100세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다. 또 직장인 중에서 임대·금융 등의 종합소득이 217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런데 이들 중 연간 종합소득이 7200만원이 넘는 3만2000명만 별도의 건보료를 낸다.



 비슷한 조건의 노인이 살아도 직장인 아들이 있으면 피부양자로 등재해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낸다. 반면 그런 자식이 없으면 식구 수와 나이까지 따져서 건보료를 내야 한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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