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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세율 인상보다 세금 안 내는 특례자 줄여야"

중앙일보 2015.01.29 01:30 종합 12면 지면보기
“복지를 늘리겠다고 세율 몇 퍼센트포인트를 올린다고 해서 세수가 늘어나겠습니까?”


감면 혜택 늘리다 연말정산 꼬여
세율 높이면 경기침체 부작용 커
보편적 복지는 돈 철철 넘칠 때나 …

 한덕수(65·사진) 무역협회장이 28일 증세, 복지, 균형재정 등 최근 갈지자걸음을 걷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무협 최고경영자 조찬간담회’ 자리에서다.



 전직 경제부총리 출신인 한 회장은 세율 인상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했다. 그는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세율을 높인다고 해도 경기가 위축되면 조세 기반인 ‘세원(tax base)’이 좁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상보육·무상급식 등 복지 수요를 충족할 목적으로 세율을 기계적으로 높였다간 경기침체라는 부작용만 불러일으켜 오히려 세수가 줄어드는 역작용만 우려된다는 것이다. 세원은 각종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기본 단위로 매년 벌어들이는 국민의 소득, 재산, 소비 규모 등을 일컫는다.



 그는 세율 확대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세원 확대(과세 대상자를 늘리는 것)’라고 밝혔다. 세율을 높이기보단 세금을 안 내도 되는 조세 특례자부터 줄여야 복지 부담을 견딜 수 있는 세수 기반이 마련된다는 설명이다.



 한 회장이 내세운 궁극적인 대안은 ‘단일세(single tax)’ 도입이다. 모두가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조세 저항이 없고, 이로 인해 연말정산 과정도 쉽고 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헝가리는 2011년 소득세·법인세율을 16.5%로 단일화했더니 약 110만 명에 불과했던 과세 대상자가 400만 명까지 늘어났다”며 “즉각적인 도입은 어렵겠으나 이러한 개혁이야말로 진정한 구조개혁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큰 혼란을 부른 연말정산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꼬집었다. 한 회장은 강연 이후 기자와 따로 만나 “각종 감면 혜택을 더 주겠다며 정산 절차를 복잡하게 만든 건 일종의 징세 절차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연말정산 공제에서 지난해 7∼12월 사용한 체크카드 사용액이 2013년 연간 소비액의 50%보다 클 경우, 그 차액만큼만 공제율 40%를 적용받도록 하는 등 각종 ‘누더기 조항’을 만들었다.



 한 회장은 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2005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2007년부터는 국무총리를 지내며 노무현 정부에서도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정책을 주도한 ‘경제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다.



 한 회장은 “사람들이 원하는 보편적 복지는 돈이 철철 넘칠 때나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가 나아갈 복지 방향은 ‘중부담, 중복지’가 맞다”고 말했다. 오히려 ‘튼튼한 재정’에 대해 강조했다. “재정 건전성은 국가 신인도에 직결되는 문제다. 재정을 팔아서 복지를 하자는 건 국가 신인도를 하락시키고, 곧 우리 수출 기업들의 조달 금리만 올리는 일이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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