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뽑기만 하면 무슨 자치 … 필요하면 세금도 만들 수 있어야"

중앙일보 2015.01.29 01:01 종합 20면 지면보기
“이게 말이 되나.”


[시·도지사에게 길을 묻다] <14> 이시종 충북지사

 손가락으로 짚어 보인 조직도에는 ‘바이오·환경국’이란 이름이 있었다. 이시종(68) 충북도지사가 말을 이어갔다.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는 업무와 환경 규제를 갖다 붙여놓았다. 말이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말하는 “어쩔 수 없는 이유”는 이랬다. 충북도는 2012년 ‘바이오산업국’을 만들었다. 청주시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가 들어오고 관련 기업도 줄줄이 입주하면서 바이오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고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변수가 생겼다. 지난해 중앙정부 지시에 따라 ‘안전행정국’을 만들게 됐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었다. 인구 규모에 따라 조직 크기를 정해 놓은 중앙정부 규정상 충북도는 9개 이상 국·실을 만들 수 없었다. 이 지사는 “고심 끝에 비교적 규모가 작은 바이오국과 환경 조직을 억지로 합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도지사·시장·군수를 주민들이 뽑기만 하면 지방 자치인가. 조직이고 예산이고 도지사는 거의 옴짝달싹 못하고 권한은 거의 대부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지금 지방자치는 반쪽도 아닌 2할, 3할 지방자치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15일과 21, 22일 이뤄졌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청주공항에서 공항 발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청주공항을 키우는 것은 이 지사가 힘을 쏟는 대표 사업 중 하나다. [프리랜서 김성태]


 -조직권을 지방에 넘기면 자치단체장들이 비효율적으로 조직을 키울 것이란 염려가 있다.



 “지방의회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왜 권한을 지방에 주지 않을까.



 “헌법에 문제가 있다. 헌법에 ‘지자체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해놓았다. 그러니 지방은 중앙정부가 만든 법률에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헌법을 고쳐 지방이 스스로 조직을 정하고, 예산을 운용하며, 필요하면 세금도 새로 만들어 거둘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개헌 얘기가 나오는데 이참에 지방분권형 개헌을 관철해 보겠다.”



 -중앙정부가 무상복지를 확대하면서 지방 부담이 확 늘었다.



 “지방과 한마디 상의 없이 정책을 실시했다. 기초연금·장애인연금·기초생활보장 셋만 따져도 지난해 4조원이었던 전체 지방 부담액이 올해 5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앞으로도 매년 1조원 이상 증가한다. 이대로 가면 5년 안에 재정 문제가 생기는 시·도가 몇 곳 나올 것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지금은 내국세의 19.24%를 지방에 떼어주게 돼 있다. 이 비율을 23~25%까지 올려야 한다. 그러면 현재(2015년 35조2432억원 예상)보다 연간 6조~10조원이 더 들어온다. 근본적으로는 지방에 재정부담을 주는 일을 중앙정부가 추진할 때 반드시 사전에 합의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처럼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이 시·도지사들과 만나는 협력회의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몇몇 기업에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나라 전체로는 그렇지 않다. 지방이 볼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가 있는 게 국가에 이익이다.”



 -오랜 기간 이어진 규제로 수도권이 피해를 봤다고 한다.



 “규제 때문에 수도권과 서울이 피폐해졌나. 인구가 줄고 기업이 떠나 세금이 안 들어온다면 수긍하겠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수도권은 경제·금융의 80%를 차지한다. 점점 더 비대해진다.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게 맞다.”



 복지와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 등을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구 문제, 그중에서도 저출산 문제가 거론됐다. 그러자 이 지사는 “싱글(single)세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들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좀 과격한 주장 같다.



 “모든 국민이 국방 의무와 납세 의무를 진다. 결혼을 하고 후손을 낳는 건 대대손손 이 의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 표시다. 하지만 싱글들은 다르다. 다음 세대가 없다. 그렇다면 거기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싱글 본인이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싱글세를 국방 재원으로 쓰자는 건가.



 “자녀를 많이 낳는 이들의 양육비·교육비를 보조하는 데 쓸 수도 있다. 말하고 싶은 건 싱글세 같은 비상수단을 쓰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상황이란 점이다.”



 -올 들어 ‘경제 키우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바이오·항공산업 등이 주축이 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청주공항 근처에 항공기 정비 사업단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충북이 항공산업 기지로서 이점이 있나.



 “청주공항 인근에 전투비행단과 공군사관학교가 있다. 여기도 일종의 수요처가 될 수 있다. 지역 대학에 항공학과도 많다. 인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항공인력개발원을 만들어 항공산업을 위한 전문인력을 더 많이 배출하겠다.”



 -항공산업 단지가 형성되려면 아시아나 말고도 많은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



 “기업들의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장 부지를 공짜로 빌려주려고 한다.”



 -2010년 도지사가 된 뒤 전시성 국제행사를 자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화장품뷰티박람회·바이오산업엑스포 등을 치렀다. 전시성 이벤트가 아니다. 수출을 늘리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2016년 화장품뷰티박람회는 기획재정부가 국제행사 승인을 안 해줬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었다.



 “올해는 일단 개최하는데 성과를 많이 올리도록 해보겠다. 충북의 화장품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이런 행사는 꼭 필요하다.”



 -이달 말 7년 만에 일본 도쿄에서 한·일 지사회(두 나라 광역시장과 도지사 모임)를 연다.



<중앙일보 1월 16일자 1면>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냉각된 한·일 관계를 지방정부에서부터 풀어보자는 의미다. 지방끼리 경제·문화·관광 교류를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한·일 간에 있었다.”



 -과거사 문제도 거론할 생각인가.



 “정치·외교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겠다.”



청주=최종권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