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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넥슨, 결합과 결별 사이

중앙일보 2015.01.29 00:10 경제 3면 지면보기
윤송이 사장
‘린치핀’이 빠졌다. 축에서 바퀴가 빠져 사고가 나기 일보 직전이다.


엔씨, 넥슨의 인수합병 줄곧 의심
넥슨, 윤송이 사장 선임 등에 불만
엔씨가 지분 되사는 2차빅딜 예측도
적대적 M&A 가능성 주가 상한가

 위태롭게 이어져있던 김정주(47) NXC(넥슨 지주사) 대표와 김택진(48) 엔씨소프트 대표 사이의 린치핀은 윤송이(40) 엔씨 사장의 승진(23일)을 전후로 바퀴에서 빠져 나동그라졌다. 윤 사장은 김택진 대표의 부인이다.



 넥슨 관계자는 “지난주 엔씨에 ‘경영참여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한 상태에서 윤 사장 승진 인사가 났다”며 “이후 26일 엔씨로부터 ‘대화를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고 공시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15.08%을 가진 최대주주로, 27일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해 공시했다.



 논란은 엔씨소프트의 가족경영 문제로까지 번졌다. 넥슨 일각에선 그동안 엔씨가 최대주주인 넥슨의 경영참여를 거부한 원인이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가족경영 체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윤 사장은 2007년 김택진 대표와 결혼 후 엔씨에 영입돼 현재 엔씨 미국·유럽법인(엔씨웨스트) 대표직과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를 맡고 있다. 또 김 대표 동생인 김택헌 전무는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맡아 국내외 업무를 총괄한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펄펄 뛴다. 28일 윤진원 엔씨소프트 실장은 “넥슨은 윤 사장의 승진인사 전날인 22일 오후에 지분보유 목적을 바꾸는 공시를 하겠다고 우리에게 통보했다”며 “승진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는 억측이자 물타기”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엔씨 관계자는 “윤송이 사장이 지난 6년간 경영에 참여해왔고 창업자이자 남편인 김 대표와 가장 가까운 사내 2인자라는 건 다들 아는 일인데, 새삼스럽게 문제 삼는 데는 넥슨이 다른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계를 고려하면 향후 넥슨·엔씨 관계는 ‘합치든가, 헤어지든가’ 둘 중 하나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넥슨이 적대적 M&A 의지를 보인다면 3월 주주총회 때 넥슨쪽 인사를 엔씨의 등기이사로 선임하도록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 관계자는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협업이 불가능하다는 걸 지난 2년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엔씨 관계자는 "지분 싸움이 붙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우호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을 지키고 싶은 엔씨는 ‘결별’을 원할 수 있다. 엔씨 지분 9.98%를 가진 김택진 대표나 자사주 등의 방법으로 엔씨가 넥슨재팬의 지분을 되사오는 ‘2차 빅딜’이다. 경영권 분쟁 소지를 없애고 창업자 김택진 대표 중심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는 이게 최선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금이 필요한 넥슨으로서도 지분정리가 실리적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김정주·김택진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김정주 대표가 다음달 초 귀국하면, 두사람이 만나 타결을 볼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날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급등했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격 제한폭(14.8%)까지 오르며 21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경영권 분쟁으로 두 회사가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기업이 일부 경영 참여나 자문을 하는 선에서 타협한다면경영권 분쟁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면서도 “분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넥슨이 엔씨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적대적 M&A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김택진 대표도 현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추가로 지분을 사들여 반격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에는 넥슨이 ‘경영참여’를 밝힌 이유가 적대적 M&A 보다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오르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곳이 넥슨이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대화를 중단하지 않았고 그럴 위치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수련·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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