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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넘으면 … 차라리 집 사고 만다

중앙일보 2015.01.29 00:10 경제 2면 지면보기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사는 김모씨(38)는 최근 전세살이를 청산하고 내집을 장만했다. 전셋값이 아파트 매매가의 80% 선을 넘어서자 아예 집을 사버린 것이다. 김씨가 산 집은 H아파트 59㎡형으로 매매가는 2억1000만원 수준인데 전셋값은 1억8000만원.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는 3000만원이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현재 72% 넘어
세입자 60% 이상이 전세 원하지만
수도권 임대 중 전세는 41% 불과

 경기도 용인시 수지지역에 전세 아파트를 찾고 있는 이모씨(35)는 어렵게 찾은 전셋집 계약을 포기했다.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이 매매가의 40% 정도 됐기 때문이다. 자칫 집주인이 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전세금을 떼일 염려가 있어서다.



 전세 사는 사람들은 매매가 대비 전세금이 어느 수준이 되면 집을 살까.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세금 비율이 평균 77%를 넘으면 구매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현재 이 비율은 72.6% 수준이다. 전세값이 조금만 더 오르면 매매로 돌아서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전셋집에 융자금이 집값의 30%가 넘으면 전세들기를 꺼리는 경향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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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구하는 사람 15.4%가 매입 전환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12월초 서울·인천과 수도권 5개 신도시, 지방 5대 광역시의 1150개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전·월세 시장 형태와 인식이 어떤지 조사를 해봤다. 이는 주택문제가 민감한 지역의 중개업소에서 실제 벌어진 현상을 분석한 것이어서 수요자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긴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국토연구원이 분석한 전세금 비율은 그래서 전국 단위로 조사하는 국민은행의 수치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 분석을 한 지역이 수요가 많은 대도시권이어서 그만큼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수치에 접근해 있다는 뜻이다.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세 수요자의 평균 전세금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1억9000만원, 지방 5대 광역시는 1억4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보증부 월세 형태는 수도권이 보증금 5400만원에 월세 61만원, 지방은 보증금 3300만원에 월세 53만원이다. 순수 월세는 각각 93만원, 78만원 선으로 분석됐다. 개별 지역에 따라 금액은 달라지지만 평균치가 이정도라는 얘기다. 구매욕 유발은 전세금 비율 뿐만 아니라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차이가 얼마냐에 따라 생기기도 한다. 수도권은 평균 6300만원, 지방 4500만원 가량 차이가 날 때 전세수요자는 ‘집을 사버릴까’ 하는 생각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이유로 전세 수요자가 구매자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실제 원하는 전셋집을 구하지 못할 경우 평균 15.4%가 주택구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지방은 20%가 넘어 높은 전세금과 전셋집 부족은 구매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영향을 받아 지난해 서울의 주택매매량은 전년 대비 32.5% 증가했고 지방 5대 광영시권도 13.3% 늘어났다.



 하지만 전세 수요는 여전히 많다. 세입자 가운데 전세 희망자는 수도권·지방에서 각각 67.9%, 63.9%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은 보증부 월세 27.3%, 33.1%, 월세 4.8%, 3% 순이다. 임차 형태가 월세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분위기와 달리 수요자들의 생각은 전세에 집중돼 있다. 월세 희망자는 미미한 수준인데 반해 전세수요는 10명중의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거래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보증부 월세 계약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수도권은 전체 거래 비중의 47%가 보증부 월세이고 지방은 58%가 넘는다.여기다가 순수 월세도 빠르게 늘고 있어 전세거래는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주택 매매량 1년 새 32.5% 증가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도 보증부 월세가 전세보다 훨씬 많다. 전세를 찾는 수요는 많은데 전셋집이 부족하니 전세 파동은 불가피하다. 전세 매물 부족은 수도권보다 지방이 훨씬 심한 편이다.수도권은 전체 임대매물의 41%가 전세지만 지방은 33% 선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전세 수요자 10명 중 6명은 셋집을 못구해도 계속 전세만을 고집하고 있어 전세와 월세의 수급 불균형은 지속될 전망이다.



 수요자들의 전세주택 선택 기준도 까다로워 입맛에 맞는 주택 구하기가 더 어렵다. 수도권 수요자는 대출금이 매매가의 31.6%가 넘으면 전세를 들지 않으려 한다. 지방은 27% 선이어서 대출에 더 민감하다. 공급 상황과 수요자 의식이 많이 달라 당분간 임대시장은 혼란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문제는 결국 정부가 풀 수 밖에 없다. 전세 수요가 자연스럽게 월세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만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월세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지 않는 한 수요자들의 주거비 압박은 해소되지 않는다. 국토연구원 박천규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전세금을 저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 수요자 입장에서는 전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더욱이 월세금 부담이 커 전셋집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월세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싼 임대주택이 대량 공급돼야 이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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