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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쇼 동원된 오랑우탄을 몰수하라"

중앙일보 2015.01.27 16:58
어린이들이 쥬쥬동물원의 인기사타인 오랑우탄 오랑이가 아이스크림먹는 모습을 신기한듯 바라보고 있다.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 '제돌이'처럼 동물원의 오랑우탄 '오랑이'도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동물 쇼'에 동원돼 고통을 겪는 테마동물원인 쥬쥬(이하 쥬쥬동물원)의 오랑우탄을 환경부가 몰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KARA)가 내놓으면서 '오랑이'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을 받고 있다.



카라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랑우탄 보호와 영장류 쇼를 금지하기 위한 '프리 오랑 프로젝트(Free Orang Project)'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카라 측은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쥬쥬동물원이 사육중인 '오랑이'를 비윤리적인 동물 쇼에 활용하고 있다"며 "불법으로 국내에 들여온 동물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불법인 만큼 행청처분상 몰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랑우탄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협약)'의 1급 멸종위기종으로 연구·보전 목적 외에는 국가간 거래가 금지돼 있다. 현재 국내에는 모두 13마리의 오랑우탄이 사육되고 있으며, 서울대공원에 7마리, 에버랜드에 4마리, 쥬쥬동물원에 2마리가 있다. 에버랜드에서는 올 들어 동물 쇼를 중단, 현재 오랑우탄 '동물 쇼'를 진행하는 곳은 쥬쥬동물원이 유일하다.



쥬쥬동물원 오랑이의 경우 하루 세 차례, 20~30분 정도 관람객에게 선을 보이고 있다. 오랑이는 과거 국내로 밀반입돼 개인이 사육하다 2003년 쥬쥬동물원에 기증했으며 지난 10년 동안 '동물 쇼'에 신발을 신고 옷을 입은 채 등장해 자전거나 퀵보드를 타는 등의 묘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일부 관람객들은 오랑이의 '동물 쇼'와 관련해 블로그 등에 "인형을 가져다 놓은 것 같다", "동물 쇼를 보면서 내가 왜 돈을 내고 저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에 맘이 아프다"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카라 측은 "오랑이를 쇼에서 해방시키고 가장 생태에 적합한 곳에서 본연의 습성에 따라 살 수 있도록 이전해야 한다"며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소극적=CITES 협약을 담당하는 환경부는 검찰에서 쥬쥬동물원을 불기소 처분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오랑이를 몰수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라 측은 지난 2013년 10월 쥬쥬동물원의 불법 사실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지난해 5월 의정부검찰청 고양지청에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수입되거나 반입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수입 또는 반입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오랑이 등이 수입·반입될 당시 허가를 받지 않았고, 반입 목적도 지정돼 있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또 오랑이를 몰수하더라도 몰수 후 처분 방법이 마땅하지 않고 다른 동물로 이전할 경우 생육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가 예상된다며 쥬쥬동물원이 계속 사육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밀수로 들여왔기 때문에 용도가 지정돼 있지 않고, 그래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적인 결정"이라며 "검찰에 재수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쥬쥬동물원 관계자는 "오랑이를 인위적으로 훈련한 것이 아니라 사육사와 지내며 자연스럽게 익힌 행동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동물 쇼'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육장 밖으로 나오지 않고 관람객에게 선 보이는 방식으로 점차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일 사육장 밖으로 나오던 오랑이를 갑작스럽게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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