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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IT세상 넓히는 전자 센서

중앙일보 2015.01.27 01:47 종합 19면 지면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음식점 ‘피자 보코 루포’에서는 요리를 만들기 전 ‘전자코(electronic nose)’를 이용해 식재료의 신선도를 체크한다. 미국 ARS랩에서 선보인 ‘페레스’라는 전자코는 온도·습도·암모니아·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함량을 측정하는 4개의 센서를 통해 쇠고기·생선 등이 상했는지를 감별한다. 이 음식점의 패트릭 던 매니저는 “음식의 신선도 유지를 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NBC 등 주요 외신은 페레스가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고(120달러) 복잡한 용어 대신 알기 쉬운 그래픽으로 신선도를 알려주기 때문에 음식점·주부들의 활용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냄새 맡는 전자코, 상한 고기 감별 부탁해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상을 연결하는 관문인 ‘센서’가 미래 기술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센서의 쓰임새가 넓어지고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발전하면서 센서가 인간의 오감(五感)을 대신하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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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서란 물리적·화학적 정보를 감지하고 취득해 컴퓨터나 이용자가 읽을 수 있는 신호로 바꾸는 장치다. 쉽게 말해 각종 정보기술(IT) 기기의 감각기관이라 보면 된다. 지난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5’에서 별도의 센서 전시관이 운영될 정도로 센서는 최근 IT 업계의 주목을 받는 분야다.



 이번 CES에서 더아이트라이브는 센싱 기술을 활용한 ‘아이트래커’라는 제품으로 베스트 혁신상을 수상했다. 눈동자를 센서로 인식해 컴퓨터나 전자기기를 조작하는 기기다. 예컨대 연주자가 태블릿PC에 악보를 띄워놓고 연주를 하면 화면을 넘길 때마다 연주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트래커는 눈동자를 따라가며 연주자가 악보를 어디까지 읽었는지 파악한다. 덕분에 화면 악보를 넘길 때가 되면 자동으로 넘어간다. 태블릿PC에서 요리 프로를 보며 요리를 할 때도 눈동자만으로 동영상을 중단시키거나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센서 덕분에 IT기기의 영역은 금융·의료·교육·건강·보안 등으로 폭넓게 진화하면서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26일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요즘은 스마트폰 한 대로 위치는 물론이고 온도·습도·기압까지 알 수 있다. 2000년대만 해도 휴대전화에 탑재되는 센서가 4~5개에 불과했지만 요즘에는 기압센서·중력센서·지자기센서 등 20여 개로 늘어난 덕분이다. 승용차에 쓰이는 센서는 30여 종 200여 개다. 1990년대에 비해 네 배로 늘었다. 센싱 기술의 발전으로 다른 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해 자동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카’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는 핀테크도 센서가 핵심이다. 애플이 선보인 전자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는 지문인식센서인 ‘터치ID’를 사용한다. 아이폰을 결제 단말기에 대고 터치ID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식이다. 건강을 위한 헬스케어 기기와 각종 웨어러블 기기에도 센서가 핵심 기능을 한다.



 센싱 기술이 발전하면서 센서는 신이 창조한 생명체의 고유 영역인 오감에 도전하고 있다. 머지않아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는 행위를 IT기기가 수행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이런 작업이 착착 진행 중이다.



 서울대 박태현·홍승훈 교수 연구진은 사람의 단맛 수용체 단백질로 만든 바이오 ‘전자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자 센서를 통해 액체의 물질 분포를 분석하는 장치로 케일 같은 채소에서 나오는 미세한 쓴맛까지 감지해낸다. 쓴맛 분자가 단맛이나 감칠맛을 내는 분자와 섞여 있어도 구분해낸다. 연구진은 “사람의 혀보다 1억 배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자혀가 상용화되면 식품·음료의 품질 검사를 IT기기가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와인의 산도와 당분의 함량을 감지해 최적의 숙성 과정을 거칠 수 있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가짜 술도 구별해낼 수 있다.



 전자코는 특정 냄새 성분을 패턴화한 뒤 전기화학적 신호로 변환해 데이터를 처리한다. 미국의 노마딕스는 화약 냄새를 인식해 지뢰를 탐지하는 ‘피도’를 개발했고 한국의 농촌진흥청도 전자코를 이용해 향기 좋은 난을 육종 초기에 선별해내는 분석체계를 확립했다. 전자코를 활용하면 미량의 유해성분을 탐지해 테러·가스폭발 같은 위험을 예방하고 화약·마약 등의 밀반입을 적발해낼 수 있다.



 실제 미각·후각을 제외한 시각·청각·촉각과 관련한 센싱 기술은 이미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IBM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8년께엔 컴퓨터가 인간과 비슷한 오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모바일로 옷을 살펴보면서 스마트폰 스크린을 통해 의류의 소재·질감을 느끼고 울음소리만으로 아기의 기분과 건강 등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게 IBM이 예상한 미래 모습이다.



 글로벌 트렌드 예측 기관인 한국트렌드연구소의 김경훈 소장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장소를 실제처럼 경험하는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등의 기술이 본격적인 등장을 앞두고 있다”며 “인간의 오감이 디지털 기술과 섞여 극대화한 혼합감각(blended sense)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편리성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첨단 센서의 수요는 급증하기 마련이다. 특히 센서는 자동차와 모바일기기 등은 물론이고 로봇·의료기기 등 미래 산업에서 경쟁력 강화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세계 센서시장 규모가 2010년 641억 달러에서 2020년 1417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IoT가 점점 대중화하면서 센싱 기술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센싱·분석·연결·동작 등 4단계로 이뤄지는 IoT의 시작이 바로 센서이기 때문이다. 건물 곳곳에 센서를 달아 IoT로 연결하면 전력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주차장이나 우범 지역에 부착된 센서에서 전해지는 정보를 빅데이터가 분석해 범죄행위를 적발할 수도 있다.



 이에 센서 분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IT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허니웰·보쉬·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기존 센서 업체는 물론 구글·애플 등 IT 공룡들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20여 종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 초소형 후각 센서, 미세 움직임을 파악하는 동작 인식 센서 등을 소개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IoT 시대를 앞당기는 데 센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천기술을 확보한 센서 기업이 나온다면 몇 년 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IT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센서 분야 핵심 기술력은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의 55.8%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7%, 내수시장 점유율도 24%에 불과하다.



 박효덕 전자부품연구원 스마트센서사업단장은 “첨단 센서가 부족해 자동차 자율 주행 및 자동 주차기술의 발전이 지체될 정도로 한국에선 센서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며 “한국이 IoT 강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에서 센서 분야의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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