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사스타일 다른 부자 … "김정일은 영화감독, 김정은 농구감독"

중앙일보 2015.01.27 01:43 종합 8면 지면보기
토론을 벌이고 있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왼쪽부터). [박종근 기자]


북한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자신의 시대를 열면서 원로들 대신 50~60대의 실무형 관료들로 주변을 채우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이 새로운 파워 엘리트들과 함께 만들어 갈 2015년 북한을 전망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과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권력 안정성 측면에서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다”고 평했다. 좌담회 사회는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고수석 연구위원이 맡았다.

전문가 2인 북 체제 좌담회
김정일, 주인공 정하면 계속 등용
김정은, 논공행상으로 수시 교체



 -김정은 제1위원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인사 스타일의 차이가 뭔가.



 ▶정성장=“김정일은 영화감독, 김정은은 농구감독에 가깝다. 김정일은 한 번 주연이나 조연을 결정하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사람으로 가는 스타일이다. 반면 김정은은 경기를 진행하면서 선수가 잘하면 계속 끝까지 가고, 부진하면 그 선수를 끌어내고 다른 선수로 교체한다. 특히 군부에서 그런 면이 많았다. 김정은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지휘관 교육을 받아 다른 분야보다 군에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수시로 교체했다.”



 ▶전현준=“김정은은 김정일에 비해 공개적이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관료들에 대한 논공행상을 즉시 하는 스타일이다. 이를 통해 파워 엘리트를 장악하고 민심을 얻으려고 한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이영호 군 총참모장 등을 척결한 것도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김정은의 시원시원한 정치에 매력을 느끼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리고 발로 뛰지 못하는 원로들은 형식적으로 남겨 두고 일을 할 수 있는 50~60대들을 가까이 두려고 할 것이다. 형식주의를 완전히 배제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단순히 빨치산, 친·인척이라는 연고에 의해서만 등용되는 경우는 줄어들 것이고 실력 있고 건강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붕괴를 언급했는데.



 ▶전=“권력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정당성·효율성·통제역량이다. 정당성은 세습에 의해 확립됐고, 효율성은 김정일 시대보다 경제가 좋아졌고, 통제역량은 ‘2인자’로 불렸던 장성택을 숙청할 정도로 강력함을 보였다. 따라서 권력 안정성은 상당 부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핵 문제로 대외관계가 여전히 좋지 않은 게 흠이다.”



 ▶정=“김정은의 권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정보 부족에 기인한 측면이 많다. 김정일 사망 직후 북한이 방영한 기록영화를 보면 김정은이 이미 김정일의 공개활동에 동행만 한 게 아니라 단독 지도까지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확고하게 권력을 장악했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성과를 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시장활동을 예전보다 많이 풀어 줘 주민들이 월급 이외에 다른 수입이 들어와 상대적으로 과거보다 여유가 생겼다.”



 -김정은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김일성의 주체혁명, 김정일의 선군혁명과 같은 통치 이데올로기를 제시할까.



 ▶전=“북한은 지속성과 변화를 함께 봐야 한다.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 주의, 김정일 애국주의 등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이고 실리와 성과를 강조한 과학혁명을 주체혁명·선군혁명에 이은 자신만의 이데올로기로 내세울 수 있다. 김정은은 과학화를 정치·외교·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도입해 그 성과를 보고 사람을 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최근 노동신문을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김정일 애국주의’다. 김정일을 혁명가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국가에 바친 애국자로 묘사하고 있다. 김정은은 양보다 질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으로 애국심을 입증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했는데. 성사될 수 있을까.



 ▶정=“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오느냐가 결정적인 변수라고 생각한다.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식이 몇 가지 있을 수 있는데, 5월 러시아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경호 문제에 부담이 작아 남북 정상이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빅딜을 하려고 한다. 만약 이산가족 상봉이 제2차 고위급 회담에서 풀리면 다음에 장관급 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이렇게 잘되면 정상회담이 가능한데, 올해는 물리적으로 어렵고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취재팀=통일문화연구소 이영종 부소장, 고수석 연구위원, 정영교·안정호 연구원 yjl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