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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겐지다" … 아랍서도 IS 인질 석방운동

중앙일보 2015.01.27 01:33 종합 12면 지면보기



겐지의 10년지기, SNS에 올려 시작
"내전 취재하며 시리아 어린이 보호
IS 내부서도 살해 반대 목소리 있어"
아베 책임론 … I Am Not Abe 운동도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억류돼 있는 고토 겐지(後藤健二·47)의 석방을 촉구하는 ‘I AM KENJI(나는 겐지다)’ 사진 올리기 운동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총격 테러가 발생한 뒤 샤를리를 지지하는 ‘나는 샤를리다(Ju Suis Charlie)’란 구호가 등장한 것에 착안한 것이다.



이 운동을 시작한 건 미국 뉴욕에서 영상프로듀서로 일하는 니시마에 다쿠(西前拓·52). 10년 전 고토와 업무로 알게 돼 인연을 맺은 뒤 일본에 돌아올 때마다 친분을 다졌다고 한다. 지난 20일 고토가 IS의 인질로 잡힌 비디오를 본 뒤 ‘I AM KENJI’라 쓴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고토의 석방을 촉구하는 의미에서다.



 그는 “페이스북의 글을 IS가 혹시라도 보게 된다면 겐지가 이렇게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는 일본어와 영어로 “국적·종교·신념을 초월해 인간의 마음을 갖고 겐지를 죽이지 말아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 운동이 26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소개되자 ‘I AM KENJI’란 제목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전 세계에서 1000장가량의 사진이 올라왔으며 이날 1만500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I AM KENJI’의 목소리가 전 세계로 울려 나가는 양상이다.



 푸른 글씨로 ‘I AM KENJI’라고 쓴 종이를 두 손에 든 사진을 올린 시리아인 무사 아므한(33)은 고토와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겐지는 인간미가 넘쳤다. 모두가 그를 사랑한다. 꼭 다시 만나고 싶다.” 3년 전 터키 난민촌에 취재 온 고토의 통역을 맡았던 그는 “시리아 내전의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던 고토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폭력에 시달리는 시리아의 어린이들에게 PC를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만들자며 2000달러(약 216만원)를 기부하면서도 ‘내 이름은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IS 내에서도 고토의 구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도쿄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자신을 IS 관계자라고 밝힌 한 남성이 페이스북에 ‘아사드 정권이 IS를 폭격하는 와중에도 시리아 북부 알레포를 몇 번이나 취재한 고토의 이력을 아는 IS 대원들이 살해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5일 밤에는 도쿄의 총리 관저 앞에서 200명가량의 시민이 ‘I AM KENJI’ 플래카드를 들고 “고토를 죽게 내버려두지 말라” “고토의 목숨을 살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와 더불어 ‘I AM NOT ABE’ 운동도 인터넷상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란 이름 아래 중동을 자극한 결과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한편 데니스 맥도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은 25일(현지시간) IS가 일본인 인질 고토와 IS 포로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결정은 일본의 몫”이라며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더쿄=김현기 특파원



사진 설명



고토 겐지의 석방을 촉구하는 ‘I AM KENJI(나는 겐지다)’ 운동이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다. 고토의 지인 니시마에 다쿠가 처음 페이스북에 ‘나는 겐지다’란 피켓을 든 사진을 올렸고(왼쪽), 무슬림인 덱스터 알사이디(오른쪽)를 비롯한 전 세계의 1000여 명이 겐지의 무사귀환을 바랬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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