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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시장 도넛, 호텔 파티시에가 만들었죠

중앙일보 2015.01.27 01:11 종합 20면 지면보기
특급 호텔 제빵 조리사 출신인 김정광씨(오른쪽)가 26일 의정부시 제일시장에서 즉석에서 튀겨낸 도넛을 봉투에 담아 주부 고객에게 건네고 있다. [신인섭 기자]


지난 25일 오후 1시 경기 북부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의정부시 제일시장. ‘즉석 도너츠 명가’라는 간판을 내건 노점 앞에 손님 10여 명이 줄지어 서있다. 도넛은 튀겨내기 무섭게 곧바로 팔려나갔다. 한 손님이 찰깨 도넛을 찾자 주인은 “죄송합니다만 잠시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오세요”라고 양해를 구했다. 서울 상계동에서 온 이동순(47·주부)씨는 “이곳 도넛을 먹어본 뒤 맛에 반해 전철을 타고 틈틈이 찾는다”며 “워낙 대기손님이 많다 보니 주문해놓고 과일과 생선 등 장을 보고 오면 시간이 딱 맞는다”고 말했다.

손님 끌어들이는 전통시장 맛집
특급 호텔 출신 김정광씨 노점
입소문에 서울·인천서도 몰려와
이웃 점포 매출도 덩달아 올라
'구운 찐빵'은 능곡시장 효자 노릇



 지난 24일 경기도 고양시 능곡전통시장의 ‘밀알 왕찐빵’에도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이곳의 전매특허는 ‘구운 찐빵’. 일반 찐빵을 팔기에도 손이 모자라 2와 7로 끝나는 날에 별도로 서는 전통5일장과 주말에만 선보이지만 인기는 그 어느 먹거리보다 높다. 이용균(58·서울 상암동)씨는 “주말마다 가족들과 구운 찐빵을 사러 왔다가 장도 보고 간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전통시장에 자리잡은 맛집들이 전통시장을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스토리가 있는 맛집’이 입소문을 타고 50대 이상 중년층은 물론 20~30대 젊은층의 발길을 끌어모으면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가격도 저렴해 지역주민은 물론 서울과 일산·인천 등에서 찾아오는 단골 손님도 늘고 있다.



김남순씨(왼쪽)가 고양시 능곡전통시장에서 남편 김기준씨와 함께 구운 찐빵을 만들고 있다.
 제일시장의 인기상품으로 자리잡은 도넛은 김정광(40)씨가 2012년 12월 어머니(63)가 운영하는 야채 노점 한켠에서 팔기 시작했다. 김씨는 조선호텔과 신세계그룹에서 13년간 조리사 경력을 쌓은 제빵 전문가. 김씨는 “따로 제과점을 낼 생각도 했지만 즉석 도넛을 만들어 박리다매로 승부하는 것도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기 비결로 질 좋은 재료를 쓴다는 점을 꼽았다. 일반 밀가루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전용 밀가루를 사용한다. 가게 인테리어 비용을 재료비에 쏟아붓겠다는 전략이 통한 셈이다. 밀가루도 40분 이상 두 차례 숙성시킨 뒤 즉석에서 따끈하게 튀겨낸다. 식용유도 고급만 쓴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틀에 한 번씩 18L를 새 식용유로 교환한다.



 가격도 시중가의 절반 정도인 500~800원만 받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5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상백(45) 제일시장 번영회장은 “도넛 가게 같은 명물 먹거리 하나가 시장 내 주변 점포 매출을 10% 이상 끌어올리고 있다”고 반겼다.



 구운 찐빵은 김남순(46·여)씨가 전혀 뜻하지 않게 개발해낸 작품이다. 2013년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찐빵을 가져갔는데 마땅히 데워먹을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뿌린 뒤 구웠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맛있다”며 더 만들어달라고 졸랐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김씨는 지난해 구운 찐빵을 본격 선보였다.



 일반인들의 반응도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김씨는 “도대체 어떻게 찐빵을 구워낼 생각을 했느냐고 묻는 손님이 적잖다”며 “그때마다 가족휴가 때 에피스도를 얘기해주면 ‘먹는 맛에 듣는 맛도 좋다’며 모두들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전통시장의 맛집들이 인기를 모으면서 경기도 또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 가게들을 전통시장의 대표상품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박근균 경기도 전통시장지원센터장은 “과거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돈을 지원하는 게 거의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었다”며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먹거리를 적극 개발해 젊은층도 즐겨 찾는 전통시장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익진·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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