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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영화부터 슈렉 피규어까지 … 평생 수집했죠

중앙일보 2015.01.27 00:54 종합 22면 지면보기
민병록 교수의 영화도서관에는 희귀 영화와 책·영사기 등 2만여 점의 자료가 가득하다. [사진 전주시]
“평생 모은 귀중한 자료를 나 혼자만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했지요. 영화학도·시민들이랑 함께 나누면 즐거움과 행복이 몇 배 커질 것 같아요.”


영화도서관 개관 민병록 교수
고향 전주에 … DVD·책 등 2만 점
유학땐 좌판으로 돈 모아 사들여
"미래의 영화인에게 도움됐으면"

 전북 전주시에 ‘영화도서관’을 연 민병록(65·영화영상제작학과) 동국대 교수는 “오랜 객지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귀거래사(歸去來辭)의 뜻으로 애지중지 해온 소장품을 바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30여 년의 강단생활을 접고 다음달 말 정년 퇴임한다.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인근에 마련된 영화 도서관은 600㎡공간에 비디오테입·DVD·레이저디스크(LD) 등 영상자료 1만5000여 편을 갖췄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에서 발간된 영화관련 서적 40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영화박물관에 있는 애니메이션 슈렉 피규어.
 자료 중에는 영화팬들이 탄성을 지를 만한 희귀본들이 많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세계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 몽타쥬 이론을 확립한 러시아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전함 포템킨’ 등이 나와 있다. 1950년 레오리얼리즘, 60년초 누벨바그, 60~70년대 뉴시네마 등 영화의 흐름을 이끌어온 주요 작품이 시대별·유파별로 전시돼 있다.



 일본의 경우 ‘3대 영화감독’으로 일컫는 감독 구로자와 아키라·오즈 야스지로·미조구치 겐지의 작품을 빠짐없이 갖췄다. 한국 영화도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품이 많다. 하길종·유현목·신상옥·이만희·김기영 감독 등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들의 작품을 거의 다 모았다.



 100여 점의 영화소품도 볼거리다. 영화가 나오기 전 슬라이드 방식으로 그림을 보여주던 환등기, 30~70년대 촬영현장에서 사용하던 소형 카메라·영사기와 슈렉·말런 브랜도·해리슨 포드 등 영화 주인공을 본따 만든 ‘피규어’ 인형도 있다.



 “1960~70년대 군사정권시절엔 정부가 영화 수입을 연간 30편, 그것도 오락물만 허용했어요. 영화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작품마저 맘대로 볼 수 없는 현실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죠. 그래서 기회가 날 때마다 악착같이 영상 자료를 수집했어요.”



 일본 유학시절엔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이 생기면 도쿄의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로 달려가곤 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는 장난감·청바지·T셔츠 등을 중간수입상한테 구입해 벼룩시장이나 야구장에 나가 좌판 행상을 하면서 필름을 사 모으곤 했다.



해외서 어렵게 구한 LD를 들여올때면 공항 세관대를 통관하느라 가슴 졸여야만 했다. 1인당 허용된 수량이 넘어 주변 입국자들에게 가방을 들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적발돼 벌금을 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모든 훌륭한 영화의 모티브는 옛 작품이지요. 이를테면 조지 루카스 감독이 만든 ‘스타워즈’는 흘러간 액션영화인 ‘타잔’ ‘역마차’ ‘7인의 사무라이’ 등의 명장면을 뽑아 미래로 무대를 옮긴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전주 영화도서관이 미래의 영화인들에게 멋진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영감을 꽃피우게 하는 수원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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