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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김식의 야구노트] 후보라도 좋다 … MLB 3000안타 42세 이치로의 도전

중앙일보 2015.01.27 00:45 종합 2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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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사사키 가즈히로(47)를 위한 야구인들의 파티가 열렸다. 미·일 통산 381세이브를 올리며 ‘대마신(大魔神)’으로 불린 사사키는 이날 일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미스터 베이스볼’ 나가시마 시게오(79) 요미우리 종신 명예감독과 ‘세계의 홈런왕’ 오 사다하루(75)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 등이 참석했다.

마이애미와 200만 달러 계약
156개만 더하면 대기록
초라한 연봉에도 꿈 이어가



 여러 귀빈 중에서 가장 먼저 호명된 이는 스즈키 이치로(42)였다. 장내가 술렁였다. 쟁쟁한 선배들보다 먼저 소개돼서가 아니었다. 이치로가 행사장에 나타난 게 놀라워서였다. 이치로는 사사키에게 기념 배트를 선물하고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가 머문 시간은 불과 1분. 이치로와 사사키는 2001~03년 메이저리그(MLB)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함께 뛰며 각별하게 지냈기 때문에 1분이라도 만날 수 있었다.



 이치로는 그렇게 새해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와의 계약이 끝났으나 은퇴를 고민하지 않았다. 이치로는 24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연봉 200만 달러(약 21억원)에 계약했다. MLB 경험이 전혀 없는 강정호(28·피츠버그)의 계약조건(4년 1100만 달러)보다 낮다. MLB에서 2844안타를 기록 중인 이치로는 백업 외야수로 뛸 전망이다. 명성에 비해 초라한 계약이지만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는 “꿈이 가까워지면 꿈이 변한다”고 말한다. 꿈 같은 기록들을 수없이 달성한 이치로의 남은 목표는 안타 156개를 추가해 MLB 통산 3000안타를 채우는 것이다. MLB 역사상 3000안타를 돌파한 타자는 28명뿐이다. 게다가 이치로는 일본에서 1278안타를 때렸다. 미·일 기록을 더하면 4122안타다. MLB 통산 안타기록(4256개)은 피트 로즈(74)가 갖고 있다. 이치로가 MLB 3000안타를 채우면 미·일 통산 기록은 4278안타가 된다. MLB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그는 ‘세계에서 가장 안타를 많이 친 선수’가 될 수 있다.



 이치로를 바라보는 한국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시애틀 시절 우익수 포지션을 고집해 추신수(33·텍사스)의 트레이드를 촉발하기도 했고,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선 “(한국이) 30년 동안 일본을 넘보지 못 하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2009년 WBC 결승전에선 한국에 뼈아픈 결승타를 날렸다.



 일본인들도 그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건 아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챔피언인 동시에 도전자였던 그의 노력과 열정을 존경한다. 무시무시한 파워히터들이 즐비한 MLB에서 이치로가 안타 행진을 하는 건 일본인들의 큰 자부심이었다.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마른 체형의 이치로를 ‘메이드 인 재팬’의 전자제품에 비유한다. 단지 타격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그는 진짜 기계처럼 움직인다. 이치로는 매일 아침 아내가 만든 카레를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야구장에서 움직이는 동선 하나하나가 시나리오처럼 완벽하게 정해져 있다. 방망이 장인(匠人)이 특수 제작한 배트를 신처럼 모신다. 경기 후에는 맞춤형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에서 특별 훈련을 한다. “야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할 만큼 철저하게 준비한다.



 이치로는 너무 기계적인 나머지 소통에 서툴다. 영어를 배우지 않았고, 팀메이트와 마찰을 일으킨 적도 몇 차례 있었다. “이치로가 마음만 먹으면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다. 그런데 안타만 때리려 한다”고 비난한 선수도 있었다. 마흔 살이 넘었지만 이치로의 체력은 괜찮다. 시력이 문제다. 빠른 공에 대응하지 못해 삼진을 많이 당하고 있다. 그래도 그는 또 도전한다. 타격은 세 번의 기회 중 한 번만 성공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난 4000개가 넘는 안타를 쳤지만 그것만 봐선 안 된다. 8000번 이상의 실패를 했고, 그걸 이겨내려 노력했다. 대충 노력한다면 나의 가능성이 부서져 버린다.” 1년 전 이치로가 했던 말이다. 그는 아직도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믿고 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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