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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유연한 노동시장이 양질의 일자리 만든다

중앙일보 2015.01.27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무대행
독일 니더작센주의 볼프스부르크시는 분데스리가 명문 구단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노동시장 개혁의 상징이기도 하다. 폴크스바겐을 포함한 여러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파견업체인 볼프스부르크AG가 위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1999년 볼프스부르크시가 설립하고 독일 금속노조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이 회사는 1만 명 이상의 파견근로자를 공급하고 있다. 파견근로의 활성화는 볼프스부르크시가 독일 내에서 가장 실업률이 낮고 경제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정규직의 대명사로 불리는 파견근로자를 독일에서는 노조와 지자체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하르츠개혁으로 대변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즉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 완화와 노조의 양보가 독일인들에게 더 많고 다양한 일자리, 삶의 질 제고로 이어졌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화두로 등장한 노동시장 개혁과 정규직 과보호 해소도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노동계에서는 지금처럼 명예퇴직이 가능한 상황에서 정규직 과보호 해소를 추진할 경우 정규직의 고용이 불안해 질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실시한 국가 중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오히려 경제가 활성화 되면서 정규직 고용은 더 늘어났고, 비정규직 일자리의 임금수준을 비롯한 처우도 크게 상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의 기본원리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노동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노동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 즉 빈 일자리가 많아지면 구직자들이 기업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정규직 일자리도 많은데 굳이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결국 비정규직 근로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노동시장이 침체되어 노동의 수요가 공급보다 작아지면 일자리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 경우 구직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려서 취업하기가 어려우며, 결국 비정규직 근로자가 증가하게 된다.



 이런 노동시장 원리에 따라 미국은 파트타임 근로자의 증감을 경기상황 판단과 실업률 예측에 활용하고 있다. 파트타임 근로자의 감소를 경기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리먼 위기 당시 비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지만 경제가 6.5% 성장한 2010년에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했다. 노동시장 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상황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는 인위적으로 결과만 뜯어고치려 하는 노동시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탈피하고, 근본적인 해법을 도모해야 한다. 고용률 70% 달성 선진국들의 경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유연화를 통해 노동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이는 경제활성화와 고용시장의 선순환 정착을 위한 최선의 정책이며, 양질의 일자리 증가는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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