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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20대에 인생 50년 계획 세운 손정의

중앙일보 2015.01.27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장래희망에 대한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는 ‘근사하고 멋진’ 답을 찾는다. 대통령이나, 의사, 선생님 등등 어린 아이들의 장래 희망에는 멋져 보이는 어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스무 살 무렵이 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굉장히 현실적인 것으로 바뀐다. 대체로 이 시기에는 먹고 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무원, 대기업 취업처럼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은 사람들의 희망사항이 된다.



 문제는,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약 10년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도 우리는 끝없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하는 방법 세 가지를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 가장 하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우선 직장을 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가장 어렵지만 고수의 선택은 인생을 ‘틀’을 짜는 것이다.



 직장을 구하는 것은 예를 들어 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 등 기업을 장래의 목표로 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노키아나 모토롤라의 사례와 같이 장(場) 자체도 무한의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하는 안정성을 보장 받기 어렵다. 또한 직장을 통해 자신의 꿈과 비전을 펼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얼마 전 크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을 보더라도 구성원들은 거대 조직의 부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진로선택의 중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변호사·의사·회계사 등등의 자격증이나 면허가 요구되는 직업들일 수도 있을 것이고, 마케터·프로듀서·재무전문가 등의 어떤 특정한 업무가 될 수도 있겠다. 불안정한 현대 기업사회에서 그나마 특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자기 인생에서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추거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기울여야 하는 노력에 비하면 그 상대적인 성취가 점점 더 버거워져 가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 힘들고 어려운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예비법조인의 취업률이 43%에 불과한 것이 그 반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끝으로 인생진로의 가장 고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기 인생의 틀을 짜는 것이다. 세상은 한치 앞을 내다 보기도 힘들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오늘 멋지게 보이는 직장이, 직업이,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알 수 없다. 이런 혼란스러운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가지면서도 확실한 방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틀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대표적으로 자신의 인생의 틀을 짜고 설계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인생 50년 계획을 세웠다. ‘20대에 이름을 알리고, 30대에 사업 자금을 모으고, 40대에 큰 승부를 걸고, 50대에 사업 모델을 완성시켜서, 60대에 다음 세대에 경영권을 물려준다’라는 계획을 그는 20대 중반에 세우고 지금까지 하나씩 실천을 해 오고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어떤 새로운 것들이 우리의 삶을 바꿀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의 ‘틀’을 근간으로 하는 인생 계획은 유연성과 동시에 구체성까지 지니고 있다. 그가 20대 중반에 지금의 사업모델인 유무선통신과 모바일인터넷사업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틀을 짜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는 계속 일본에서 잡지사를 키우고 있었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이나 인터넷의 방향을 기사로 잡고 있었을지는 몰라도 스스로 그 흐름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월은 졸업시즌이다. 이번 졸업식에는 누구나 ‘뱃지’ 하나씩 달고 참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미 취업이 되어 기업의 뱃지를 달든, 아니면 자신의 마음 속에 굳은 결의를 통해 스스로 만든 뱃지를 달든 상관없다.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지도 못한 채 사회로 나가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다. 자기 인생의 틀을 짜고 스스로의 뱃지를 달고 있는 젊은이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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