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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차이 나는 차이나] 비리 흘려 압박, 불륜 터뜨려 '대못' … 시진핑 부패척결 공식

중앙일보 2015.01.26 00:35 종합 16면 지면보기
“부패분자는 발견하는 대로 처리하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년사 한 대목이다. 새해 들어서도 강력한 반(反)부패 운동을 벌이겠다는 시사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국 외교부는 2일 장쿤성(張昆生) 차관보의 낙마 소식을 전했다. 4일엔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차관급 인사인 양웨이저(楊衛澤) 난징(南京)시 당서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벌 부수고 친인척 대대적 조사
언론에 이름 거론되면 전격 체포
작년 거물 4명, 장관급 40명 체포
궈보슝·장쩌민·리펑도 계속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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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든 호랑이든 다 때려잡겠다’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중국은 지난 한 해 동안 장관급 인사 40명, 그 중 국가 지도자급 거물만 4명을 체포했다. 올해 역시 부패 척결의 강도는 조금도 줄지 않을 전망이다. 눈 여겨 봐야 할 건 중국의 반부패 투쟁이 시진핑 시대 들어 과거와는 구분되는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특징은 소문 유포다. 타깃이 될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지기 시작한다. 외신이 중국 고위 관리의 집단 근무지인 중난하이(中南海) 붉은 담장 안을 들여다 볼 길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홍콩이나 서방 언론을 타고 발 없는 말은 천리를 달리기 일쑤다. 누군가 흘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재미있는 건 소문이 전하는 여러 이야기 안에 ‘팩트’ 한 두 개 정도는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낙마 이유와 관련해선 중난하이 총격설, 정변 도모설 등이 널리 퍼져 있다. 또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이었던 링지화(令計劃)가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한직인 통일전선부장으로 밀렸을 때부터 저우융캉과의 연루설이 돌았다.



 시진핑의 반부패 투쟁에서 보이는 두 번째 특징은 부패분자에 대한 타격 방법이 ‘바깥에서 안으로의(自外而內)’ 형식이란 점이다. 이는 또 ‘아래에서 위로(自下而上)’나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先易後難)’의 방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핵심 인물을 치기 전에 주변 인물부터 잡아들여 공격 대상에 대한 각종 비리를 폭 넓게 모으며 숨통을 조인다. 이어 고립된 적에게 화력을 집중시켜 단숨에 궤멸시키는 방식이다.



저우융캉 처리를 위해 다섯 겹의 외곽 세력을 분쇄한 게 대표적인 경우다. 저우가 고위 관료로 재직하며 세력을 쌓은 지방인 쓰촨(四川) 파벌을 먼저 부수고, 저우의 돈줄 역할을 한 석유방(石油幇), 그리고 수하에 있었던 공안 계통의 정법위(政法委) 세력을 차례로 제거한 뒤 저우의 곁에 있던 비서방(秘書幇),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우의 친인척을 함락시켰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이와 같은 처리 방식을 마치 ‘자라 등딱지 주변의 살부터 도려내듯 하다’고 전한다. 링지화 처리도 마찬가지다. 우선 링이 산시(山西)성 출신의 고위 관료로 구성한 시산(西山)회를 제거한 뒤 이어 친인척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세 번째 특징은 타깃 인물의 성(姓)을 이용한 간접 표현이 중국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저우융캉과 관련해선 2013년 9월 중국의 한 언론이 처음으로 ‘저우씨 성을 가진 가족(周姓家族)’이란 말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저우융캉의 아들 저우빈(周濱)이 베이징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을 때는 ‘저우씨 성의 상인(周姓商人)’이란 표현이 동원됐다.



링지화 사건 때는 부인 구리핑(谷麗萍)을 가리켜 ‘구씨 성의 여자(谷姓女子)’라는 말을 썼다. 이 같은 언론 보도로 인해 중국인들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위 관료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고 정부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이뤄질 때쯤이면 이렇다 할 충격을 받지 않게 된다.



 시진핑 정권의 부패 척결 네 번째 특징은 타깃 인물에 대한 체포가 전격 이뤄진다는 점이다. 과거엔 문제가 되는 이가 있을 경우 그에 대한 소식이 한 동안 끊긴다. 그러다 몇 달이 지나서야 비로서 그가 무슨 혐의로 어떻게 처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나 시진핑 시기 들어서는 소문 속 인물이 체포 전날까지도 공무를 수행하며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게 과거와 크게 다른 점이다. 밤에 조사 소식이 전해진 링지화의 경우 당일 점심때까지만 해도 통전부에서 식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 새해 벽두부터 낙마한 양웨이저 난징시 당서기는 1월 1일 난징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축사까지 한 뒤였다.



이를 두고 체포에 대한 비밀이 잘 지켜졌다는 이야기와 체포 직전까지 그 인물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준 것이라는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또 하나 재미있는 현상은 곧 붙잡힐 인물들이 시진핑에게 충성을 보이는 말이나 글 등을 공개적으로 발표한다는 점이다. 양웨이저는 마라톤 대회 축사에서 시진핑의 개혁 정신을 높이 받들자고 외쳤고 저우융캉이나 링지화는 공산당 기관지 구시(求是)를 통해 시진핑 노선을 따르자고 역설했다. 특히 링은 4000자의 문장 중 시진핑만 16번 언급했다.



 마지막 특징은 낙마 인물에 ‘호색(好色)’의 낙인을 찍는다는 것이다. 일 벌레로 알려진 링지화가 중국중앙텔레비젼(CCTV)의 펑줘(馮卓)를 애인으로 뒀다는 소식은 놀랍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나 저우융캉 등은 CCTV 앵커 등 여러 여인과 불륜 관계에 있었다. 특히 저우가 집을 빠져 나와 베이징의 한 쇼핑몰 지하 주차장의 승용차 안에서 CCTV 앵커와 밀회를 즐기는 장면이 모두 녹화돼 있을 정도라 한다.



더 놀라운 건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나 할까, 문제가 된 고위 관리의 부인 역시 행실이 바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시라이 부인이나 링지화의 부인 모두 애인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중국 언론은 전하고 있다. 행실에 대한 비판은 사회적 매장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와 같은 특징을 볼 때 우선 궈보슝(郭伯雄) 전 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심기가 편치 않을 것 같다. 측근에 대한 조사설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나 리펑(李鵬) 전 총리 등도 자녀를 둘러싼 이야기가 종종 중국 언론에 거론되고 있어 잠 못 드는 밤이 많아질 전망이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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