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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IS에 희생된 아이들 위해 열심히 뛸 것"

중앙일보 2015.01.26 00:08 종합 26면 지면보기
유니스 무함마드
8년 만에 아시안컵 4강에 오른 이라크 축구 대표팀의 분위기는 밝았다. 이라크는 지난 24일 오후 시드니 레이카르트 오벌에서 한국전에 대비한 훈련을 진행했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을 뛴 주전 선수들은 족구를 하며 지친 몸을 풀었다. 숙명의 라이벌 이란을 승부차기 끝에 꺾은 터여서 이라크 훈련장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축구 TV 시청하던 13명 사살 당해
선수들, 희망 심어주려 이 악물어

 이라크는 4강 후보가 아니었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라디 셰나이실(49) 감독이 지난달 부임했을 만큼 정비도 돼있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를 치를수록 이라크는 강해지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4강, 2007년 아시안컵 우승, 2013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에 성공했을 때 이라크 국내 정세는 불안했다. 그럴 때마다 이라크는 축구로 단결했다. 이번에도 그런 분위기다.



 가트 무하나 이라크 대표팀 연락관은 “축구는 이라크 국민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걸 아는 선수들은 국민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려 한다”며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은 전쟁 속에서 자라며 꿈을 키워왔다. 이들은 어린 친구들의 희망이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야신과 오사마 라시드(24·알펜세보이스)는 어린 시절 전쟁을 피해 부모와 스웨덴, 네덜란드로 각각 이주했다. 유럽에서 청소년 대표로 뛰다 성인이 된 후 이라크 대표팀에 합류했다.



 아테네올림픽 4강과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던 대표팀 주장 유니스 무함마드(32)의 애국심은 아주 유명하다. 그의 왼 팔뚝에는 이라크 국기와 영토를 상징하는 문신이 있다. 2013년 12월 이후 소속팀이 없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로 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두 골을 넣은 무함마드는 아시안컵 4개 대회 연속 골을 기록 중이다.



 24일 훈련 뒤 만난 무함마드는 “이라크 축구대표팀은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이라크 청소년 13명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 대원들에게 공개 사살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꽉 깨물었다. IS는 이라크-요르단의 조별리그 경기를 TV 시청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는 “내 인생에서 늘 있어왔던 일이다. 그럴수록 내 나라 이라크를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평균 연령이 23.7세에 불과한 이라크는 젊은 팀답게 8강전의 피로를 빨리 떨쳐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별리그에서 한 골만 내준 끈끈한 수비력이 이라크의 강점이다. 중앙 미드필더 야세르 카심(24·스윈던 타운)이 경고누적으로 한국전에 결장하지만, 아메드 야신(24·외레브로)과 알라 압둘 자라(28·알 쇼타)가 버티는 좌우 측면 공격이 위협적이다. 셰나이실 감독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이다. 그러나 우리 목표는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의 뜻대로’를 의미하는 아랍어 “인샬라”를 세 번이나 언급했다.



 한편 이란은 “지난해 여름 금지약물 양성 반응 전력이 있는 이라크의 압둘 자라가 8강전에 출전했다”고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공식 제소했다. 이란은 이를 근거로 이라크의 몰수패를 주장했다. 그러나 AFC는 “이란의 제소 내용을 검토한 결과 근거가 없어 기각했다. 4강전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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