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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율 안 높여도 세금 늘어나면 증세 … 국민에게 솔직히 털어놨어야

중앙선데이 2015.01.24 23:40 411호 4면 지면보기
“경기가 어려워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니 세금에 더 민감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세금 걷을 때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 인터뷰

한국세무학회장인 홍기용(56·경영학·사진) 인천대 교수는 연말정산 사태에 대해 “세제 자체도 문제지만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설득 노력이 부족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을 역임한 홍 교수는 2013년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꾸준히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정부·여당이 연말정산 보완책을 내놓고 3월까지 구체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되돌리기 힘들어 내놓은 미봉책이다. 현 제도에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족이 많은 집은 더 배려해야 한다. 공제 비중을 차등화해 식구가 많으면 공제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 의료비 공제도 더 높여야 할 것으로 본다. 그래도 소득공제만은 못할 것이다. 소득공제보다 세액공제가 저소득층에 유리하다는 건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 접목시킬 때는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세밀히 살펴야 한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세제를 바꾸는 논의를 할 때는 정부와 정치권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도 참여해야 한다.”

-특별법을 만들어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납세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면 법리적으론 가능하다. 하지만 조세정책이 그래서는 안 된다. 다른 어느 분야보다 신중해야 한다. 그러면 나중에 문제가 있다고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세금을 돌려 달라고 하면 돌려줄 것이냐.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돈을 돌려받는 건 좋은데 일단 이번에는 예정대로 하고 차분히 고쳐나가는 게 좋다고 본다. 국민이 화가 난 건 꼭 환급액 때문만은 아니다. 솔직하지 못하고 투명하지 않아서다. 세제개편 논의도 국회에서 정치인들끼리 모여 한 거 아니냐. 이번에 환급액이 적거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데는 2012년 9월 선거를 앞두고 ‘덜 떼고 덜 돌려주는’ 방식을 도입한 영향도 있는데 당시 명목은 ‘경기 활성화’였지만 실제는 ‘선거용’ 아니었나. 그런 것도 솔직하지 못했다.”

-정부는 증세가 아니라고 한다.
“세율을 높이지 않고 세목을 신설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세가 아니라는 건데 그런 정의가 어디 있느냐.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금이 늘어나면 그건 증세다. 담뱃세 인상도 마찬가지다. 다 증세다.”

-돈 쓸 곳은 계속 늘어나는데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지 않나.
“세종시 약속을 지킨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란 약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 그리 약속을 했어도 국가 전체 이익을 보고 안 되면 철회하거나 속도를 늦춰야 한다. 현재의 여건에서 본격적인 증세는 어렵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오히려 감세해야 한다. 개인뿐 아니라 나라도 수입에 맞춰 쓸 돈을 줄여야 한다. 불필요한 복지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그래도 증세가 필요하면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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