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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규모 한국과 맞먹어 … 경제 체질 바꾸는 구조개혁 박차

중앙일보 2015.01.23 00:05 부동산 및 광고특집 3면 지면보기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철칙은 깨졌다. 선전으로 인해서다.”

중국 경제의 견인차 광둥



 리커창 중국 총리가 선전을 포함한 광둥의 눈부신 발전을 표현한 말이다. 새해 벽두인 5일 선전 롄화산의 덩샤오핑 동상 앞에서다. 그는 4일부터 사흘 동안 선전과 광저우 등 광둥성 일대를 둘러봤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쓴 덩샤오핑의 1992년 ‘남순강화’ 당시 실무자로 덩을 수행했던 관리 가운데 일부가 리 총리의 방문에 동행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한다. 그만큼 무게가 실린 방문이다. 중국 경제의 사령탑인 리 총리가 새해 벽두 광둥을 방문함으로써 전하려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중국 부자 수 베이징 이어 2위



광둥은 중국 경제의 과거와 현재이자 미래다. 광둥에서 시작된 개혁개방이 100년이 넘게 긴 잠에 빠져 있던 중국을 세계사의 시간 속에선 ‘하루아침’이나 마찬가지인 30년 만에 주요 2개국(G2)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행정구역으로 치자면 중국의 31개 성·직할시의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경제 덩치는 세계 13위에 꼽힌다는 한국 경제와 맞먹는 게 광둥의 현재 모습이다.



 20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2014년 경제 통계를 보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63조6463억 위안이다. 그중 25%가량이 광둥성에서 창출됐다. 31개 성·자치구별 역내총생산(GRDP) 순위를 매기면 광둥은 26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의 지난해 GDP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집계치 1조2218억 달러에 3∼4%의 성장률을 적용하면 1조2500억∼1조2700억 달러가 된다. 지난해 7.7%를 기록한 광둥의 성장률을 감안하면 추월은 시간문제다.



 GDP뿐 아니라 축적된 부도 마찬가지다. 광둥 가서 돈 자랑하면 팔불출 된다는 말이 들어맞을 정도다. 후룬 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개인자산 1억 위안(약 180억원)이 넘는 부자는 중국 전체에 약 6만7000명이다. 그 가운데 1만 명이 광둥에 있다.



수도 베이징(1만1000명)에 이어 2위지만, 돈과 사람이 몰리게 마련인 수도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감안하면 광둥에 얼마나 부자가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일부 사람을 먼저 부자가 되게 하라”는 덩샤오핑의 가르침인 선부론(先富論)을 충실히 이행한 사람들이 바로 광둥 사람들이다.



 하지만 새해 벽두 리커창 총리가 광둥으로 달려간 이유를 이걸로 다 설명할 순 없다. 그건 바로 중국의 미래를 광둥의 현재 모습에서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의 2015년 신년사를 봐도 분명해진다. 중국 경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구가하던 고성장 시대가 가고 7% 이하, 경우에 따라서는 4∼5%의 성장률에 만족해야 하는 중성장 시대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이를 신창타이(New Normal)라고 표현한다. 자칫 중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 선 것이다. 그러자면 고통을 동반하는 구조개혁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경제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



중국 성장률 둔화 해결에 앞장



이러한 난제 해결의 선두에 선 곳 역시 광둥이다. 리 총리는 광둥에서 “지금 중국 경제는 신창타이에 진입해 수많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대중의 손발을 묶고 시장의 활력과 사회의 창조력을 옭죄는 불합리한 규제를 타파하고 안정적 성장과 구조적 평형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 드러난다.



실제로 광둥은 중국 경제의 선진 지역답게 한발 앞서 이런 구조개혁에 눈을 돌렸다. 광둥 경제의 산업별 구조는 1차산업 4.9%, 2차산업 47.3%, 3차산업 47.8%로 이미 서비스업의 비중이 제조업을 추월했다. 광둥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기여도는 54.4%다. 이제는 수출이 아니라 튼튼한 내수시장이 광둥 경제를 떠받친다는 얘기다.



 홍콩과 가까운 연해 지방이란 지리적 이점과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임가공 산업 위주로 굴러가던 경제 구조는 이미 과거의 유산이다. 세 가지 변환, 즉 ‘세계의 공장→시장, 제조업→서비스업, 수출→내수’가 광둥에서 이뤄졌다. 이는 중국 경제 전체가 가야 할 길이다. 개혁개방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의 미래는 다시 한번 선두주자 광둥의 앞날에 달려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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