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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터뷰포비아'…출품도 안한 베를린 영화제 비난

중앙일보 2015.01.22 13:36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에 대해 계속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엔 ‘인터뷰’가 출품도 안 된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걸고 넘어졌다. ‘인터뷰 포비아(공포증)’로 보일 정도다.



2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인터뷰’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출품한 것은 표현의 자유와 아무런 인연도 없고 영화제의 목적과 성격에도 맞지 않는 명백한 테러 선동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슬람 세력의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으로 유럽 전역에서 불안과 공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터뷰’를 상영하는 것은 반테러 분위기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상영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독일 현지 언론과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영화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는 베를린영화제에 ‘인터뷰’를 출품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북한이 베를린 영화제를 비난한 것은 다음달 5일 독일 일부 영화관에서 ‘인터뷰’가 개봉되는 것을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인터뷰 포비아’는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해 ‘인터뷰’ 제작 소식이 알려진 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최고 수뇌부를 해치려는 기도를 공공연하게 영화로 만들어 내돌리려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마음의 기둥을 뽑아버리고 우리 제도를 없애보려는 노골적인 테러 행위”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유엔과 백악관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여러차례 제작 중단을 촉구했다.



‘인터뷰’ 개봉일이 성탄절로 잡히자 12월 소니 픽처스에 해킹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소니 픽처스는 ‘인터뷰’ 개봉을 취소할 뜻을 보였지만 미연방수사국(FBI)의 북한 배후 발표 이후 미국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자는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영화를 개봉했다. 북한은 영화 ‘인터뷰’개봉 후에는 12월부터 전세계 재외공관 외교관을 동원해 DVD 수거에 나섰다.



최근에는 ‘인터뷰’가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탈북단체들이 대북전단에 '인터뷰' DVD를 북한에 날려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북한이 대화 전제조건으로 대북전단 단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인터뷰 포비아'는 북한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을 용납할 수 없다는 내부 분위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유엔인권결의안에 민감한 것도 김 제1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울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의 '인터뷰포비아'는 역설적으로 홍보효과를 낳았고, 소니픽처스는 21일까지 4000만달러(약 43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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