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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억울한 옥살이 설훈 의원 국가배상 못받아

중앙일보 2015.01.21 15:02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기소돼 790일간 옥살이를 한 새정치민주연합 설훈(62) 의원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도 국가배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김기정)는 설 의원과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던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설 의원은 1977년 4월 '10월의 유신이란 미명의 폭력주의는 민주주의의 가냘픈 숨결마저 끊고 말았다'로 시작되는 '구국선언문'을 작성해 배포하는 등 유신 반대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월과 자격정지 2년 6월의 확정 판결을 받고 790일간 복역했다. 이후 2013년 6월 재심에서 무죄 선고받고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해 9월 1심은 "국가가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발령하고 이를 근거로 설 의원을 영장 없이 불법 체포해 유죄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설 의원과 그의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말 긴급조치가 시행되던 당시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공무원들의 행위는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따랐다. 재판부는 "영장 없이 체포된 사실을 등을 인정할 수 있지만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에 의해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고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설 의원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것만으로 이전에 복역했던 것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급심 재판부가 대법원 판결 취지와 다른 결론을 내리기가 사실상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설 의원처럼 긴급조치 위반으로 옥고를 치르고도 국가배상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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