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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파장 … 연금저축·기부 줄었다

중앙일보 2015.01.21 01:40 종합 1면 지면보기
직장인 송지훈(42)씨는 지난해 연금저축에 가입하려다 마음을 접었다. 세제개편으로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세금이 크게 줄 거란 설명을 듣고서다. 개인이 노후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드는 연금저축에 대한 과세 방식이 종전 소득공제에서 올해부터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연봉 7000만원대인 송씨가 연 400만원 연금을 부었을 때 지난해엔 96만원 절세가 가능했지만 올해는 48만원밖에 환급받지 못한다.


[뉴스분석] 세액공제로 바뀌자 연금저축 가입 7만 건 감소
매년 늘던 기부 참여율도 36%까지 오르다 꺾여
세제개편, 정부의 노후·출산·나눔정책과 배치

 송씨처럼 연금저축 가입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중산층의 대표적인 노후대비 상품인 연금저축 가입자가 2013년 중반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말 576만4000건이었던 연금저축 보유계약 건수는 이후 빠르게 늘어 2013년 9월 말 626만6000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올 9월 말 619만5000건으로 1년 사이 7만1000건이나 줄었다. 급속한 고령화를 감안하면 빠르게 늘어야 할 연금저축 가입자가 되레 감소했다는 얘기다. ‘역주행’이 시작된 시점은 정부가 연말정산을 세액공제로 바꾼다고 발표한 때와 일치한다.



 개인연금은 국민연금·퇴직연금과 함께 ‘3층 연금 탑’을 구성하는 중산층의 대표적 노후 안전판이다. 정부도 지난 20년간 꾸준히 세제 혜택을 늘리며 가입을 독려해 왔다.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게 한다. 당장 세수에는 손해지만 장기적으론 빈곤 노인을 줄여 재정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에도 한국의 공·사적 연금의 소득대체율(퇴직 전 소득 대비 연금소득 비율)은 55%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치인 70~80%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세제개편이 그동안의 정부 정책과 정반대 신호를 시장에 준 셈이다.



기부금도 똑같다. 지난해까지 소득공제에서 올해 15% 세액공제로 바뀌는 바람에 고소득자일수록 기부하고 받을 수 있는 세금 환급액이 줄게 됐다. 기부문화 확산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자녀 추가공제를 없앤 것이나 부녀자 공제 대상을 줄인 조치 역시 그동안 정부 정책과 상충된다.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여성이 직장에 다닐수록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세금이 줄게 됐기 때문이다. 세금은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강력한 신호다. 잘못 손댔다간 ‘13월의 울화통’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시장에 오(誤)신호가 전달돼 국가의 장기 발전전략마저 헝클어놓을 수 있다.



 정부가 세제개편 당시 내건 세액공제 전환의 명분은 ‘형평성’이었다. 소득공제는 소득이 많을수록 혜택이 커지니 정률의 세액공제가 저소득층에는 오히려 유리하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형평성을 높이면서도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저출산·고령화 완화나 여성의 사회 진출 촉진 정책과 상충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손질하는 배려가 이뤄지지 않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연소득 2000만원 미만 가구의 연금저축 가입률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반면 연소득 6000만~8000만원 계층의 가입률은 59%다. 저소득층의 가입은 미미하고, 스스로 노후대비를 할 여력이 있는 계층은 이탈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국가적인 노후대비 수준은 떨어지고 있다.



 이후로도 정책은 갈지자를 걸었다. 연금을 살려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집요한 건의에 올해부터는 퇴직연금의 추가 적립금에 대해 300만원의 추가 한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홍기용(한국세무학회장) 인천대 교수는 “세제는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정책이 가고자 하는 방향, 바람직한 미래상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국민에게 영향이 미치는 세제개편은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여론 수렴을 통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우선이지만 마치 금융실명제처럼 하루 아침에 전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 이 같은 충격과 혼선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도 서둘러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세 부담이 적절하게 이뤄지도록 공제 항목과 공제 수준을 조정하고, 자녀 수와 노후대비 등을 반영한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민근·조현숙 기자, 세종=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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