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린이집 77만원, 집 양육 땐 20만원 … 지원 격차 줄여야

중앙일보 2015.01.21 01:22 종합 8면 지면보기
서울 홍제동의 새솔어린이집에서 20일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한 신원(왼쪽)씨가 보육교사로부터 15개월 된 딸 정현이를 받아 안고 있다. 육아휴직 중인 신씨는 이날 외출을 위해 세 시간 동안 딸을 이곳에 맡겼다. 이 어린이집은 하나뿐인 시간제 보육반을 3월에 둘로 늘릴 계획이다. [신인섭 기자]


20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새솔어린이집에서 정현이(1·여)는 친구 두 명과 함께 블록 쌓기와 미끄럼틀 타기 놀이를 했다. 그러다 엄마 신원(38·고교 교사)씨가 현관에 들어서자 달려가 안겼다. 정현이는 어린이집 원생은 아니지만 이날 세 시간 어린이집에서 놀았다. 엄마 신씨가 이날 일정 시간만 이용하는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해 정현이를 이곳에 맡긴 것이다. 그는 평소에도 1주일에 서너 차례 한두 시간 아이를 이곳에 부탁한다. 병원에 가거나 급한 볼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신씨는 “지금 집에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둘 필요가 없다. 이런 시간제 보육 서비스가 있어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안 보내면 손해로 여겨
작년 0~2세 66%가 시설로 보내져
OECD 평균의 2배 … 보육 질 하락
시간제로 아이 맡길 수 있게 해야
탄력근무,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를



 이런 시간제 보육은 신씨 같은 직장맘은 물론이고 전업주부에게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지난해 7월에서야 시작됐다. 이런 서비스가 갖춰지지 않은 채 무상보육이 전면 실시되다 보니 집에서 기르던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쏟아져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에만 7만 명의 영아들이 시설로 나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에 보육료 지출이 급증했고 어린이집 교사 처우 개선, 국공립 시설 확대 등의 질적 개선이 따라가지 못했다. 최근에 잇따르고 있는 어린이집 학대 사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업주부들이 하루에 7~8시간씩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 놓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고 인식하면서 직장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무상보육 정책이 ‘일하는 엄마를 돕는다’는 보육 서비스의 본질을 왜곡시켰다”고 진단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0~2세는 부모와 유대감 형성을 위해 가정에서 키우고, 3~5세는 사회성 발달을 위해 어린이집에 보낼 것을 권고한다. OECD는 0~2세 영아의 적정 보육시설 이용률을 30%(실제 평균은 32.6%)로 제시한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0~2세 영아의 66.1%가 어린이집을 이용했다.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2009년 보육료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41.6%로 상승하기 시작해 2012년 무상보육을 완성하면서 62%로 뛰었다. 지난해의 경우 돌이 지나지 않은 만 0세 아이의 33%가 어린이집 원생이 됐다.



 영아들이 보육시설로 몰린 데에는 또 다른 정책 실패가 있다. 집에서 애를 키울 때 지원하는 가정양육수당이 보육료 지원금에 비해 너무 적다. 0세의 양육수당은 20만원으로 보육료 77만7000원의 약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1, 2세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차이는 집에서 애를 키우려는 부모마저도 어린이집으로 내몬다. 전업주부 강주혜(32·여·경기도 수원시)씨는 “양육수당은 턱없이 적고, 보육료는 전액 지원하니까 3년 전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시간제 보육시설이라도 있었으면 집에서 애를 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서구 강모(32·여)씨는 “15개월 된 아이를 집에서 키우는데, 주변에서 하도 ‘왜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느냐’고 해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0~2세 영아는 주로 가정어린이집을 이용한다. 아파트 1층을 빌린 형태가 많다. 경기도의 한 가정어린이집에는 0~2세 영아 18명이 다닌다. 이 중 14명이 전업주부의 아이다. 19일 등·하원 시각을 보면 14명은 오전 9~10시에 등원했고 13명은 오후 4시30분~6시에 하원했다. 1명은 오후 1시에 귀가했다. 등·하원 시각이 맞벌이 자녀와 차이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가정 양육을 늘리기 위해 시간제 보육시설(97개)을 대폭 늘리고, 연령 제한(생후 6~36개월)을 완화하자고 제안한다. 조청자 새솔어린이집 원장은 “36개월 이상 아이 중에서도 홈스쿨링을 하며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에 맞춰 대상 연령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문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보육 정책은 종일반에만 집중돼 있는데 시간제 보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정양육수당을 대폭 올리자는 제안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박연희(41·여)씨는 “양육수당을 30만원으로 올리면 가정 양육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의 육아휴직 확대도 중요하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적어도 만 2세까지는 집에서 부모가 기를 수 있게 보육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육아기에 2~6시간 근무하는 탄력근무제를 활성화하고, 부모 모두가 육아휴직을 쓰는 게 당연한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에스더·정종훈·신진기자 welfare@joongang.co.kr



◆시간제 보육=보육시설이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아이를 일시적으로 맡아주는 제도. 비용은 시간 당 4000원이다. 그 중 전업주부에게는 2000원(월 40시간까지), 직장맘에게는 3000원(월 80시간까지)을 정부가 지원한다. 전국 97개의 어린이집·육아지원종합센터에서 운영 중이다. 아이사랑보육포털에 해당 기관의 명단이 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