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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세대교체, 찰랑찰랑한다"

중앙일보 2015.01.21 01:15 종합 12면 지면보기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 주자인 이인영 후보는 매일 연설문을 직접 작성·수정하다 보니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시장에서 먹은 붕어빵이 첫 끼인 날도 있었다.


“내 프로폴리스(벌꿀에서 추출한 천연 항염제) 어디 갔지.”

본지 기자 1박2일 밀착취재
연일 샤우팅 연설, 목에서 쇳소리
"문·박은 대기업, 난 중소기업 신상품
정치협동조합식 정당으로 바꿀 것"



 19일 오후 4시10분 전주시 완산구의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 사무실에 도착한 이인영 후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참모에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자신의 대표 상품인 ‘샤우팅 연설’을 연일 쏟아내면서 목에 탈이 났기 때문이다. 방금 전 전북 진안에서의 합동 간담회에서도 그는 “야당의 질서와 세대를 바꿀 때가 됐다”고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목에서 쇳소리가 났고, 이후 그는 줄곧 따뜻한 차를 입에 머금었다. 목에 좋다는 프로폴리스는 그의 항시 휴대품이다.



 앞서 전북 진안에서 전주를 향하는 이 후보의 차에 동승했다. 그의 검은색 9인승 카니발은 ‘이동식 사무실’이었다. 여벌의 양복과 셔츠, 넥타이는 물론 노트북 컴퓨터와 이동식 프린터, 냉장고까지 구비돼 있었다. 이 후보는 토론회 원고를 직접 수정하느라 한 끼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인이 준비한 당근·우엉즙 한 팩을 냉장고에서 꺼내 마셨다. 2·8 전당대회 대표 경선의 다크호스로 꼽히는 그는 ‘중간 판세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원들의 마음이) 찰랑이고 있다”고 답했다.



이인영
 -찰랑인다는 게 뭔가.



 “(당원들 ) 세대교체 목소리가 찰랑찰랑한다는 거다. 그런데 터질지 말지는 모르겠다.”



 - 연설 때문인지 현장 반응은 좋은 것 같다.



 “연설하고 나면 당원들이 먼저 찾아와 손을 잡는다. 지난 광주 연설에는 다른 후보 지지자가 와서 ‘연설 한번 참 좋소잉. 저 이번에는 반칙 한 번 할라요’라고 귓속말하더라.”



 - 그런 반응에 힘이 나겠다.



 “아니다. 오히려 저 마음을 어떻게 터지게 할지 고민된다. 왜 당당하게 ‘이인영’을 내지르게 하지 못할까. 그게 내 과제인 거다. 문재인·박지원 두 후보는 대기업 같지 않나. 전국 유통망이 깔려 있고 기성제품이 쫙 출시된. 거기에 좀 쓸 만해 보이는 중소기업이 신상품 하나 들고 등장한 게 나다. 저 제품을 사도 되는지 갈등하는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는 게 내 임무다.”



 오후 6시 전주 MBC 주최 당 대표 후보 토론회가 시작됐다. 그의 화두는 이번에도 세대교체다. 이 후보는 “세대교체라는 큰 운동장을 열어 달라고 했는데 쪽방만 열어 주고 있다”며 62세 문재인, 73세 박지원 후보와 날을 세웠다. 무대 뒤 분장실의 신경전은 더 뜨거웠다. 토론회가 끝난 뒤 먼저 나갈 채비를 마친 박 후보가 이 후보에게 “그만하고 나가자”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왜 반말을 하고 그러세요”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는 기자에게 “나이가 오십이 넘은 사람(51세)을 애 취급한다면 그 사람(박 후보)은 ‘수퍼 울트라’ 어르신이 되는 거다. 세대교체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바쁜 하루 일정을 마친 이 후보의 숙소는 전주 한옥마을 내 ‘승광재(承光齋)’였다. 고종황제의 손자이자 대한제국 마지막 황손인 이석 황실보존국민연합회 회장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이 회장은 TV토론회를 끝내고 돌아온 이 후보에게 자신이 쓰던 이불, 인절미와 홍시, 방울토마토, 사과를 내줬다. 기자는 참모회의를 마친 이 후보와 숙소 대청마루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비장의 필승 카드는 없나.



 “절박하다고 재주나 기교를 부려 민심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내가 내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보는 도리밖에 없다. 협치·분권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 협동조합’을 통해 안정적인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할 생각이다.”



 충주 출신인 그는 충청도 사투리로 “내가 여기서 혈서를 쓰겠수, 할복을 하겠수”라며 “최선을 다하고 ‘뜻을 이루면 좋다’는 기세로 하는 거여”라고 말했다. ‘양복 주머니의 소지품을 공개해 달라’는 요청에 그가 꺼내 보인 것은 이어폰과 낡은 카드지갑, 그리고 현금 6만1000원이었다.



“와이셔츠가 자꾸 구겨지는데 다리미가 없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분무기를 하나 사고 남은 돈”이라며 “내가 6·10 항쟁을 했던 사람인데 이를 상징하는 숫자가 나온 게 신기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튿날인 20일엔 전주에서 합동 연설회가 열렸다. 프로폴리스로 목을 재충전한 그는 특유의 샤우팅 연설로 또다시 ‘세대교체’를 외쳤다.



글·사진(전주)=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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