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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증세 카드는 오바마 꽃놀이패

중앙일보 2015.01.21 01:11 종합 16면 지면보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자 증세’를 집권 후반 승부수로 던졌다. 오바마는 20일(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에서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골자로 한 세제 개혁 구상을 제시한다.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세율 인상(23%→28%)과 유산 상속분에 대한 과세 강화, 대형 은행에 부담금 부과 등을 통해 10년간 3200억 달러(약 348조원)를 거둬 서민층 지원에 쓸 계획이다.


성사 땐 '친 서민' 정책 업적
무산 땐 '공화=반 서민' 낙인

 백악관은 자본소득세 인상의 경우 늘어나는 부담의 99%는 상위 1%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서민층을 돕는데 쓰겠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엔 이런 오바마를 잉글랜드의 전설적 의적 ‘로빈후드’로 비유하는 표현이 등장했다(의회전문지 더 힐과 폴리티코). 포퓰리즘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의 승부수는 의회를 통과해야 현실화한다. 그러나 상·하원 모두 친기업 성향의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공화당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한다.



 오바마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대중 정치의 공간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무너진 중산층과 서민들은 정부의 지원을 목말라한다.



 오바마는 두 가지를 추구한다. 자신의 업적과 2016년 대선 승리다. 키워드는 중산층과 서민이다. 공화당이 오바마 제안을 일부라도 수용하면 ‘친 서민’ 세제는 오바마의 작품이 된다. 공화당의 반대로 부자 증세와 서민층 지원이 무산되면 공화당은 ‘반 서민정당’으로 낙인 찍힌다. 8년만의 정권 탈환을 노리는 공화당으로선 치명적인 악재다. 2012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 밋 롬니는 ‘월가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란 이미지에 갇혀 오바마에 패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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