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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이재정 이번엔 '0교시 수업' 갈등

중앙일보 2015.01.21 00:46 종합 20면 지면보기
“학생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자는 의미다.”(남경필 경기도지사)


남 지사 “일찍 오는 학생 위해 강좌”
이 교육감 “9시 등교 취지 훼손”
교육청 “도예산 30억 안받아” 반발
학부모 “맞벌이 자녀 대안 필요”

 “9시 등교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예산은 받을 수 없다.”(이재정 경기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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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오전 9시 이전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 예산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는 경기도가 올해 초 관련 예산을 편성한 데 대해 경기도교육청이 강하게 반발하고, 이에 경기도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이은민 경기도교육청 부대변인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경기도가 확정한 예산은 오전 8시에 상설 프로그램을 만들고 강사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또 다른 0교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도가 내건 프로그램은 결국 학생들에게 아침 일찍 등교해 예체능 등 개설된 수업을 들으라는 것”이라며 “경기도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관련 예산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9시 등교는 학생들에게 아침시간을 되돌려주자는 취지로 도입한 만큼 도교육청이 0교시와 다를 게 없는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도서관 등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거나 농구공·야구배트 등 운동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예산을 늘리는 게 9시 등교의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기도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기 등교한 아이들이 교실이나 도서관에서 자율학습만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성군 경기도 교육국장은 20일 기자와 만나 “9시 등교 시행 이후 아침 일찍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체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아침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임용대기 중인 예비교사와 자격증을 소지한 체육대학 졸업생 등을 강사로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도 당초 3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렸다. 경기도는 도교육청이 아침 당번을 서는 현직 교사들의 수당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서도 “사업 목적과 맞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3억원이면 충분한 만큼 기존 예산안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도가 일률적으로 프로그램을 정하는 것보다는 일선 학교가 각자의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사립학교 교장은 “다양한 대안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교사들도 편하고 아이들도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고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주부 이경희(45·여)씨는 “맞벌이 부모 때문에 아이가 일찍 등교하는데 교실에서 하는 것 없이 시간만 보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며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경기도와 도교육청이 머리를 맞대고 하루빨리 대안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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