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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독한 눈빛 … 귀공자 이민호는 잊으시라

중앙일보 2015.01.21 00:44 종합 21면 지면보기



‘강남 1970’서 영화 첫 주연
70년대 초 개발 열풍 강남 무대
착한 넝마주이가 악랄한 깡패로
진흙탕 액션, 물 800t 맞으며 고생
“영화처럼 나도 죽을 힘 다해 살죠”

















이민호(28)가 거칠어졌다. 그의 얼굴에 더 이상 꽃미남은 없다. 영화 ‘강남 1970’(21일 개봉, 유하 감독)은 1970년대 초 개발 열풍에 휩싸인 서울 강남을 배경으로 땅과 돈을 향해 돌진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에 이은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판이다. 극 중에서 이민호는 종대 역을 맡아 순진한 넝마주이가 악랄한 깡패가 되기까지 다면적인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치열한 이권 다툼의 세계에서 ‘내 땅’을 가지기 위해 폭력의 화신이 되는 인물이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 ), ‘상속자들’(2013 )에서 보여준 귀공자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남자다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릴 거다. 내게는 ‘강남 1970’이 바로 그런 작품”이라고 말했다.



 - 영화로는 처음 주연을 맡았다.



 “첫 영화는 내가 주연배우로 작품을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이 됐을 때 하고 싶었다. 억지로 느낌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종대에 공감할 수 있었다. 멋있거나 화려하게 보이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통해 관객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사실적 액션영화라는 점이 특히 맘에 들었다.”



 - 종대라는 인물의 어떤 점에 공감했나.



 “남자로서의 자존심이다. 종대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넝마주이로 살다 우연한 계기로 이권 다툼에 개입하게 된다. 나 역시 종대처럼 자존심이 강하다. 현실에 안주하는 성향이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뭐가 되든 한 번 죽을 힘을 다해보자는 각오로 살아왔다.”



 - 그런 각오가 한류스타 이민호를 만든 건가.



 “내게도 미래가 불투명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를 계기로 한순간 인생이 달라졌다. 감사하고 행복하다. 지금은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어떤 배우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강남 1970’으로 그런 방향을 잡게 됐나.



 “내 안의 다른 모습을 찾아내고 그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남다르다. 촬영을 하며 종대의 분노에 젖어들기도 하고 밑바닥 인생인 종대가 맞닥뜨린 답답한 상황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일까. 내가 봐도 촬영 후 내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이 달라진 것 같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진흙탕 액션은 엑스트라 150명과 물 800t의 비를 뿌리며 촬영했는데, 스태프들이 내 눈빛이 무서웠다고 했다.(웃음)”



 극 중 이민호의 강렬한 눈빛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하자 그는 “내 얼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눈”이라며 웃었다. 이어 “배우는 눈을 통해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에는 그 사람의 성향, 생각 등이 다 담겨 있다”며 “종대는 욕망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인물이다. 그런 점을 눈빛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 이민호의 고민과 계획은 뭘까. 그는 “마음껏 놀고 싶지만 해외 팬 미팅, 광고 촬영 등 일정이 꽉 짜여 있다”며 “배우로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연기를 시작한 뒤 얼마 안돼 2006년에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요. 다시 걸을 수 있을지 마음 졸이며 병원에 있던 그때 내가 정말 연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극 중 종대가 ‘내 땅’을 갖고 싶어 하듯, 제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연기입니다.” 그는 “최근 할리우드 영화 출연 제의도 받고 있다”며 “지금까지가 스타 이민호가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배우 이민호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지용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광희 영화평론가) : 강남 개발. 서울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그 의미 있는 화두를 1970년대의 낡고 투박한 정서에 담아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 폭력적인 시대를 거친 화법으로 다룬 남자영화. ‘거리 3부작’에 충실한 마침표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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