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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연말정산'을 정산하라

중앙일보 2015.01.21 00:23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연말정산(年末精算)은 말 그대로 연말에 그해의 소득과 세금을 정밀하게 계산한다는 뜻이다. 샐러리맨들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비용을 쓰게 마련이다. 영업을 하러 다니면 교통비가 든다. 업무 지식을 쌓기 위해 학교를 다니면 교육비가 들어간다. 이런 게 소득을 올리는 데 불가피하게 들어간 비용이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과세표준)은 이렇게 총소득에서 들어간 비용을 빼서 산출한다.



 과세당국, 곧 정부는 각 샐러리맨들이 연간 어느 정도 비용을 쓸지 알 수 없다. 때문에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득 구간별로 매월 떼는 세금을 일단 정한다. 이게 매년 초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간이세액표다. 기업에서는 이 간이세액표를 바탕으로 매월 종업원들의 월급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간이세액표를 기준으로 떼 간 세금이 연말정산 후 확정 세액보다 많으면 샐러리맨은 차액을 돌려받는다. 그 반대면 오히려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런 연말정산이 올해 정치 이슈로 폭발한 것은 세법 개정으로 인해 돌려받는 세금액이 줄거나, 오히려 토해 내는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4년 소득분부터 처음 적용되는 이 개편안으로 정부가 돌려주지 않을 세금은 약 8600억원에 달한다. 약 205만 명이 세금을 더 내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 확대’와는 거리가 먼 사실상 증세인 셈이다. 꼼수증세라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그럼에도 이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의원들이 대의명분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늘려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자는 뜻이 담겨 있어서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점이다. 소득공제는 쉽게 말해 총소득에서 비용을 빼 주는 걸 말한다. 소득공제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방식이다. 예컨대 38%의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와 6%의 최저세율을 적용받는 저소득자에게 똑같이 100만원의 소득공제를 해 줬을 때 감면받는 세금은, 고소득자는 38만원, 저소득자는 6만원이 된다. 반면에 세액공제는 정해진 세액을 빼주는 방식이다. 소득에 관계없이 적용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돌아가는 혜택이 크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소득공제→세액공제’로 연말정산 방식을 전환한 것은 조세형평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맞는다. 물론 2013년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정부가 설명한 세금 부담액보다 실제 부담액이 더 많아져 분통 터지는 중산층의 심정,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이 대목은 꼼꼼하게 분석하고 준비하지 못한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책임이다. 당시 정부는 “연소득 7000만원 이상 계층의 세금 부담이 늘고 그 아래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작 비판받아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숙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해법 찾기다.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은 자녀 수)이 1.19명인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가 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출산율 꼴찌다. 여기에 고령화 문제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나이가 들수록 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5%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OECD 평균 노인 빈곤율(12.8%)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젊어서는 아이 안 낳고, 늙어서는 가난에 시달리는 인생에서 어떤 행복을 꿈꿀 수 있겠는가. 매년 10조원 이상의 출산장려 예산을 쓰고, 수십조원의 노인 복지 예산을 확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모든 국가 정책은 출산을 장려하고 노후 대비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개정된 연말정산제도는 이런 방향과는 완벽하게 거꾸로 갔다. 6세 이하 아이를 여럿 두면 지난해와 비교해 세금 환급액이 줄거나, 오히려 토해 내야 한다. 여기에 양육비 공제와 출산공제는 없어졌다. 자녀를 여럿 낳았는데도 도리어 세금을 더 내게 됐으니 납세자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노후를 대비해 연금펀드·연금저축 등에 가입해도 세금 환급액이 줄기는 마찬가지다. 종전에는 400만원 한도까지 소득공제를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12%의 세액 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를 많이 할수록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꼴이 됐다. 중산층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공제 항목 및 수준을 조정해 근로소득세제 개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납세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치권은 뒤늦게 세법을 개정하겠다면서 호들갑을 떤다. 좀 더 차분해져야 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철저한 검토와 반성이 우선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게 틀린 건 아니다. 부자에게 돌아가는 세금환급을 줄이고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좀 더 주는 방향은 맞다. 다만 새 연말정산 제도는 ‘저출산, 고령화’ 같은 국가적 과제를 소홀히 했다. 오히려 역주행했다. 국민과의 소통도 실패했다. 제도를 충분히 설명하고 알리는 시간도 없었다. 이젠 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게 납세자를 위로하는 길이다.



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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