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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오비맥주와 경기도가 빚은 공짜 물소동

중앙일보 2015.01.21 00:19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윤정민
사회부문 기자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남한강 물을 36년간 공짜로 사용해 온 사실이 드러나자 일각에선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대동강 물을 제 것인 양 팔아먹었다는 그 김선달이다. 몇 달만 수도세가 밀려도 공급 중단 경고문이 날아오는 시대에 대기업 오비는 어떻게 36년이나 공짜 물을 쓸 수 있었을까.



 1차 책임은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는 처음엔 “오비의 남한강 취수는 댐 건설법에 따른 댐용수 사용료 부과 대상이라서 하천수 사용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오비는 댐용수 사용료를 낸 적이 없다. 댐 건설 이전에 이미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아 사용료를 면제받았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석연찮은 해명은 계속됐다. 경기도는 최근 본지가 취재에 들어가자 “관련 권한을 각 시·군에 위임했다”고 했다. “여주시의 잘못이지 경기도는 책임이 없다”는 거였다. 그러나 이는 무책임한 변명에 불과하다. 오비는 1979년 이후 5년 단위로 국토교통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서 하천수 사용허가를 다시 받았다. 통제소에선 5년마다 이 같은 허가 사실을 경기도에 통보했다. 심지어 지난해 8월에도 새로 허가가 났다. 수차례 허가가 갱신되고 내용이 통보됐지만 경기도는 관련 내용을 한 번도 검토하지 않았다.



 경기도의 책임이 크지만 양심의 눈을 감은 건 오비다. 오비는 당초 “댐용수 사용료를 면제받았고 하천수 사용료는 부과받은 적이 없어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86년 충주댐 건설로 사용료를 면제받기 전, 7년 동안에도 물값은 내지 않았다.



 “한 해 세금을 1조원씩 내는데 많아야 연 수억원 정도인 물값을 일부러 안 냈겠느냐”고도 항변했다. 그러나 세금을 1조원씩 내는 대기업, 특히 물로 맥주를 만들어 파는 기업이라면 더 철저했어야 했다. 실제로 경쟁사들은 수돗물을 사용하면 수도세를, 지하수나 암반수를 사용하면 수질개선부담금을 내왔다. 오비처럼 댐용수 사용료를 면제받은 한국중부발전 역시 서울시에 매년 하천수 사용료를 내고 있다.



 오비는 미필적 고의였든, 몰라서였든 공짜로 물을 썼고 그만큼 이득을 봤다. 하지만 법적으로 5년 전까지만 소급 부과가 가능해 과거 사용료 전부를 다시 받을 길은 없다.



다시 봉이 김선달로 돌아가 보자. 사람들은 그를 단순한 사기꾼보다는 재치 있는 수완가로 기억한다. 악덕한 장사치를 골탕 먹이고 그 이익으로 백성을 도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만약 오비가 그동안의 ‘불로소득’을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책임을 다한다면 어떨까. 지금의 평가가 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윤정민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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