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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채왕 뒷돈' 현직 판사 구속, 대법원은 뭐 했나

중앙일보 2015.01.21 00:13 종합 30면 지면보기
현직 판사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혐의로 긴급 체포돼 구속되는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최민호 수원지법 판사가 ‘명동 사채왕’으로 통하는 최모씨에게서 수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판사가 폭행과 음주운전 등으로 처벌받은 적은 있지만 금품수수라는 공직범죄로 수사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현직 판사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체포됐다가 구속되는 오점을 남겼다.



 판사는 공직 중에서도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사법체계의 최종 판단자로서 개인·단체의 운명을 가르는 막중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판사는 사회의 존경과 함께 경제적·법률적 혜택을 받는다. 판사가 이해당사자에게서 금품을 받고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준다면 한 사회의 정의와 신뢰는 결정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최 판사는 금품수수는 물론이고 최씨가 마약 수사를 받을 때 담당 검사와 수사관에게 최씨의 편의를 봐주도록 부탁한 의혹도 받고 있다. 최 판사는 지금까지의 혐의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전세자금은 최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빌린 것이고 나중에 상환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결과가 맞다면 최 판사는 자신의 법 지식을 활용해 치졸한 방식으로 사건을 숨기려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최 판사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 사건만은 아니다. 일 년여 전, 한 언론이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하자 대법원은 최 판사에게서 경위서와 계좌내역을 제출받아 면밀히 조사했다고 밝혔다. 금품수수는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고 최 판사를 직무에서 빼지 않았다. 이후 검찰 수사는 주춤했고 결정적인 혐의를 찾아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했다.



 대법원은 엊그제 브리핑에서 “사건의 심각성을 매우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뒤늦게야 해명했다. 대법원은 당초 진상조사가 부실했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이를 소상히 밝히고 후속대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이 사건을 맡게 될 재판부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좀 더 엄격히 죄를 추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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