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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스펙 자랑만 해선 제품 안 팔린다"

중앙일보 2015.01.21 00:08 경제 4면 지면보기
넘쳐나는 첨단 디지털 제품들을 어떻게 하면 가장 매력적이고 알기 쉽게 소개할 수 있을까. 김재산(53·사진) 제일기획 마스터의 가장 큰 고민이다.


김재산 제일기획 마스터
세계 가전쇼 등 연 20여개 기획
고객 삶에 의미있는 상품 중요

 그는 직함 그대로 국내 전시 기획의 ‘마스터’로 통한다. 마스터란 제일기획 임직원 중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과 명성을 지닌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지난 93년 대전엑스포 우주탐험관을 시작으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갤럭시S’‘갤럭시노트’의 공개 무대까지 주로 정보기술(IT)쪽 전시를 맡아왔다.



 일년에 참여하는 프로젝트만 20여개. 최근엔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5’의 삼성전자 부스 기획을 맡았다.



 연중 가장 큰 프로젝트를 마친 김 마스터는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2000년대를 인터넷이 지배했다면 2010년대는 스마트폰이, 다음 10년은 사물인터넷(IoT)이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스마트 손목시계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기존 가전과 함께 양대 산맥으로 성장하고 가전은 물론 자동차마저도 ‘전자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여년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앞으로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라 전자제품이 될 것”이라고 한 말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산업의 변화는 전시의 변화로 직결된다. 그는 “과거엔 제품의 성능이나 스펙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이 제품이 내 삶에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 디지털 기기들은 서로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전시에서도 각각의 제품을 설명하되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그래서 주목하는 게 사용자 경험이다. 관람객에게 ‘이 제품의 디자인과 기술이 나한테 이렇게 좋은 거구나’라는 기억과 느낌을 남기는 것이다.



그는 “백화점식 진열보다는 사용자 시나리오를 잘 짜고 체험적인 기법을 많이 쓰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CES의 삼성 ‘스마트홈’ 전시관의 경우도 아침 기상부터 출근, 퇴근 후 집 청소와 TV시청, 취침까지 스마트 가전들이 우리 생활을 어떻게 편리하게 하는 지 상황별로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게 구성했다. 김 마스터는 “혁신이 진행될수록 제품간 기술 차이는 줄어들고 결국 감성적 가치를 잡는 쪽이 이긴다”고 말했다. 세탁기 사용 전에 손으로 가볍게 빠는 애벌빨래 기능을 첨가한 삼성의 ‘액티브워시’세탁기가 좋은 예다. 그는 “손빨래통을 하나 얹은 것 뿐인데 관람객들 반응이 최고였다”면서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을 이해하는 기술로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마스터는 우리나라 IT 전시기획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에 와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중국 등 여러 나라가 한국의 전시 콘셉트와 방식을 따라한다고 했다. 비결은 “세계 어떤 전시회든지 마지막 문 여는 순간까지 일하는 한국인 특유의 노력과 성실함”이다. 그리고 진정성. 그는 “스티브 잡스의 발표 형식이 유명해진 건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말 하나 하나에 진정성과 힘이 실려있었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등 첨단 IT기기 분야도 진심을 담아 확신있게 제품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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