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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초 인기 주춤, 영어몰입교육 폐지 탓?

중앙일보 2015.01.21 00:03 Week& 1면 지면보기
사립 초등학교 입학 경쟁률이 올들어 하락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2015학년도 사립초 모집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39개 사립초의 전체 경쟁률은 2.2대 1로 3872명을 모집하는데 8552명이 지원했다. 지난해 경쟁률은 2.4대 1이었다. 유명 사립초의 경우 하락세가 더 두드러진다.



영훈초의 올해 경쟁률은 3대 1이다. 2009년 7.6대 1을 기록했던 이 학교의 경쟁률은 2012년 5.3대 1로 하락하더니, 올해 더 떨어졌다. 강남 유일의 사립초인 계성초 경쟁률은 지난해 6.5대 1에서 5.8대 1로 하락했다. 사립초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뭘까.





지난해부터 영어 과목 아니면 영어로 수업 못해



가장 큰 이유는 영어몰입교육 폐지다. 지난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사립초의 영어교육 정상화를 위해 영어 몰입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서 폐지시켰다. 1,2학년 대상 영어수업도 할 수 없게 됐다. 영어몰입교육은 수학이나 과학 등 영어 이외의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다. 그동안 영훈초 등 일부 사립초가 영어몰입교육을 해왔다. 또 많은 사립초들이 정규 교과과정에 영어 수업이 편성돼 있지 않은 1,2학년에게도 영어수업을 실시했다.



이런 영어 조기교육과 몰입교육은 사립초의 인기몰이에 큰 역할을 했다. 홍대부속초 3학년 학부모 김모(39·서울 양천구)씨는 “주변에 좋은 공립초도 많지만 영어유치원 나온 아이들은 거의 사립초에 보내는 분위기였다”며 “공립초에선 3학년이 되기 전까지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해주지 않아 온전히 사교육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실력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몰입교육 폐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사립초의 영어몰입교육은 사교육 시장의 입시용 영어와 다르다”며 “수학이나 과학 등 교과 지식을 영어로 습득하면서 영어로 사고하는 능력을 다져주는 교육인데, 이걸 없앤다면 사립초에 보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영훈초의 한 학부모도 “순전히 영어 교육 때문에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에 보냈다. 갑자기 영어몰입교육을 폐지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얘기했다.



그렇다고 사립초에서 이탈한 학부모들이 공립초를 택한 건 아니다. 상당수의 학부모가 서울 강남구와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비인가 외국인학교로 진학시키는 추세다.



교육컨설턴트 이미애씨는 “강남의 경우, 영어유치원 졸업 후 초등학교 1~3학년 땐 비인가 외국인학교에서 영어로 교육을 받은 뒤, 중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4학년 이후에 일반 공립초로 전학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립초 나와서 일반중 갔더니 외톨이 신세”



‘동네 친구를 만들어 줄 수 없다’는 사립초의 단점에 대한 인식도 커지고 있다. 학군에 따라 근거리에 배정받는 공립초에 다니면 학교 친구가 곧 동네 친구가 된다. 사립초는 다르다. 각지에서 모여들어 추첨을 통해 사립초에 입학한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뿔뿔이 헤어진다. 동네 친구가 없으니 방과 후에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사립초 졸업 후 일반 중학교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립초를 졸업하고 목동에 있는 일반 중학교에 진학한 1학년 김지연양은 “1학기 내내 외톨이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같은 초등학교 나온 아이들끼리 이미 친한 그룹이 형성돼 있어서 나만 소외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남학생의 경우는 친한 아이들끼리 축구팀이나 농구팀을 짜는데, 사립초 출신들이 여기서 배제되는 경우도 흔하다.



사립초 출신이 임원으로 선출되기 힘든 것도 같은 이유다. 중학생 학부모 박소연(41·서울 강남구)씨는 “아들이 회장 선거에 나갔는데, 같은 초등학교 나온 친구가 없어 아무도 표를 안줬다고 하더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사립초에서 3학년까지만 다니고, 4학년엔 공립초로 전학을 보내 친구라도 만들어줄 걸 그랬다”고 아쉬웠했다.



한 사립초의 교감은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일반 중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일리가 있다”고 수긍했다. “사립초 교사들은 교육 서비스 마인드가 투철해 공립초에 비해 학생관리를 세심하게 하는 편이라, 중학교에서 이런 관리를 받지 못하면 힘들어하는 경우가 종종있다”는 것이다.



이미애 컨설턴트는 “국제중 입시가 추첨 방식으로 바뀌면서 사립초를 졸업해도 일반 중학교에 진학했다가 특목고를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목고 진학을 위해선 일반 중학교에 잘 적응하면서 스펙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사립초 출신이 이런 적응력과 스펙 쌓기에서 오히려 뒤처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고학년 되면 학군 좋은 공립이 낫다는 학부모도



사립초의 연간 수업료는 600만~1000만원이다. 입학금은 100만원 정도다. 학교 버스 이용료, 방과후 수업, 급식비까지 하면 어지간한 사립대 등록금보다 높다.



높은 비용을 감당하며 사립초에 보내는 이유는 자녀에게 좋은 학습 환경과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전문성을 갖춘 교사, 깨끗한 학교 시설, 수준 높은 원어민 강사, 다양한 예체능 수업 등이 사립초의 강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요즘은 사립초 못지 않은 공립초가 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공립초 최모 교사는 “요즘은 공립초에 지원이 많아져서 웬만한 사립초보다 나은 곳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공립초도 원어민 교사를 다 채용했고, 어지간한 준비물은 다 학교에서 준비해 학부모가 챙길 게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사립초에 보내는 학부모가 준비물이며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다고 들었다”고 얘기했다.



이대부속초에 자녀를 보내는 워킹맘인 한모(35·서울 마포구)씨는 “아이가 3학년이 되면 공립초로 전학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학년일 때는 아침 일찍 학교에 보내고 오후 늦게까지 맡겨둘 수 있어 사립초를 선호했지만, 3학년쯤 돼서 혼자 간식 챙겨먹고 학원 다닐 수 있으면 학원가가 잘 갖춰지고 학군이 좋은 대치동이나 목동으로 이사해 공립초에 보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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