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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우린 왜 갖고 싶어 할까, 남들이 다 갖고 있는 걸

중앙일보 2015.01.21 00:01 강남통신 15면 지면보기
‘허니버터칩 없습니다. 제발 물어보지 마세요.’



 며칠 전 회사 근처 한 편의점 문 앞에 이렇게 써있는 걸 봤습니다.



 “아직도 허니버터칩이 그렇게 인기인가요?”



 “그런가봐요. 그런데 전 맛있는지 잘 모르겠던데요.”



 그 편의점 앞을 지나던 저와 지인의 대화입니다. 요즘 먹어보지 않고선 대화가 안된다는 ‘허니버터칩’, 전 아직 못 먹어봤습니다. 구할 수가 없어서요.



 대신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맛이 난다는 치즈맛 감자칩을 사서 초등학생 딸에게 선물했습니다. 허니버터칩에 대한 아쉬움을 이걸로 달래는 딸에게 “허니버터칩이 왜 맛있어?” 물으니, “안 먹어본 사람은 몰라. 하여튼 새로운 맛이야” 하더군요.



 허니버터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2011년 반짝 인기를 끌었던 ‘꼬꼬면’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저는 식품업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얀 국물 열풍’ ‘라면 시장 판도가 바뀐다’ 등의 기사를 썼습니다. 4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오보를 생산한 ‘기레기’가 된 셈이죠. 여전히 빨간 국물의 매운 맛 라면이 대세니까요.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지만 당시 꼬꼬면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구하기 힘든 귀한’ 라면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가 생산라인을 증설해서 꼬꼬면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귀한 라면’ 프리미엄은 사라졌습니다. 경쟁사들이 유사 제품을 앞다퉈 만들어 내면서 하얀 국물 라면의 독보적인 위치도 퇴색했습니다.



 요즘 한식 뷔페 매장 앞에서 1~2시간씩 줄을 섰다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한식 뷔페 취재를 갔던 강남통신 송정 기자는 기다린 지 2시간40분 만에 숟가락을 들 수 있었다며 분통을 터트리더군요.



 그런 얘기를 들으며 허니버터칩과 꼬꼬면을 떠올렸습니다. 애플의 아이폰도요. 줄세우기 분야 최고수는 애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플의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애플 마니아들은 출시 전날 밤부터 줄을 섭니다. 신제품을 손에 넣는 첫 번째 고객이 되는 영광을 얻기 위해서죠. 그때마다 언론은 그 줄이 얼마나 길었는지, 어떤 유명인사가 그 줄에 서서 애플 신제품을 사갔는지를 다루곤 했습니다. 애플의 뒤를 이어 삼성 등 경쟁사들도 신제품 출시 때마다 줄세우기를 연출하곤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식 뷔페 앞 줄서기도 그런 희소성 마케팅의 일환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갖고 싶어합니다.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물이나 음식 같은 게 아니어도, 명품 브랜드 가방이나 옷, 또는 사회적 명성 등을 갖고 싶어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갖고 있는데 나만 없다면 더욱 더 갖고 싶어집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말이죠.



 요즘 한식 뷔페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은 1~2시간의 기다림 쯤은 감수할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음 번에도 그렇게 긴 시간을 투자하고 싶어질 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오늘자 강남통신 3면에 썼듯 지금까지의 한식이 주지 못했던 가치를 새롭게 제공하지 못하면 그 관심은 지속될 수 없을 겁니다.



 여기서 잠깐, 뷔페는 북유럽 바이킹으로부터 유래했다고 합니다. 바다를 떠돌던 바이킹이 오랜만에 친구들과 식사할 때 갖고 있는 음식을 모조리 들고 나와서 큰 상에 올려놓고 덜어먹는 풍습에서 유래했답니다. 그러고보니 저희 집 근처 뷔페 식당의 이름이 ‘○○바이킹’이었습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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