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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평가인증 항목 80개 중 아동 학대는 없어”

중앙선데이 2015.01.18 00:26 410호 8면 지면보기
대구 큰하늘어린이집 이은경(52·사진) 대표는 어린이집 원장들에게는 ‘공공의 적’이다. 보조금·특별활동비 횡령 등 어린이집의 구조적 문제점과 비리를 고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어서다. 지난해 10월엔 이런 내용을 모은 『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 진실』 책도 출간했다. 이 대표는 인천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두고 “보육교사의 자질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보육정책의 총체적 실패가 낳은 참극”이라고 말했다. ▶아동 학대 어린이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퇴출) ▶폐쇄회로TV(CCTV) 의무화 ▶평가인증 부모 참여 등을 골자로 지난 16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했다. 이 대표는 “10년 전부터 정부가 사고 날 때마다 반복했던 재탕 대책”이라면서 “여론의 질책을 피하려는 땜질 처방에 급급하지 말고 현장에 접목하는 실천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원장이 본 아동 학대 대책

-인천 어린이집 사건은 보육교사 개인의 문제였나.
“교사 자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곪아 터진 것으로 봐야 한다. 무상보육을 확대하면서 6개월~1년 만에 평생교육원에서 자격증을 갖고 보육교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런 교사들은 영·유아 발달론은 들어도 성질이나 성격을 다스리는 교육을 받지 않는다. 양적 팽창만 우선시한 정부 보육정책의 총체적 실패가 낳은 결과다.”

-CCTV 의무화 추진이 아동 학대 예방에 도움이 되나.
“좋다. 하지만 그게 만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CCTV는 360도 모두 감시할 수 없다. 저장 기간도 한 달이 최대다.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예전 아동 학대에 대해선 CCTV가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보는데 교사 인권을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 인권은 생각하지 않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동 학대 어린이집과 교사는 영구 퇴출하는 대책은 어떻게 보나.
“맞는 방향이지만 보완책이 필요하다. 지금 인터넷에 ‘어린이집 매매’라고 검색해봐라. 수많은 매매 글들이 올라온다. 아동 학대로 어린이집에서 손을 떼게 한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불법으로 어린이집을 사서 다른 사람을 원장으로 올려놓고 운영한다. 이런 퇴로까지 차단시켜야 사고가 근절된다. 수많은 사이트를 그대로 두는 건 정부의 직무유기다.”

-평가인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보육진흥원 한 곳이 정부 위탁을 받아 전국 4만5000여 개 어린이집을 모두 평가한다. 위탁업체를 4~5개 선정해서 권역별로 경쟁을 시켜야 한다. 그래야 연구하고 발전한다. 평가인증 항목 80개 중 아동 학대를 평가하는 게 없다. 엄마들은 평가인증 현판이 붙은 어린이집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평가인증엔 그런 요소가 없으니 난센스 아닌가. 보육진흥원 독점 구조가 평가인증의 발전을 정체시키고 있다.”

-정부 대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하자면.
“일부 미흡하고 보완해야 될 점이 있지만 방향이 틀렸다고 보진 않는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지금 나온 대책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10년 전부터 계속 나왔던 이야기들이다. 이번처럼 끔찍한 사고가 있을 때만 떠들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까 걱정이다. 이번에야말로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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