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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웰빙가에선] 금연족을 위한 훈수

중앙선데이 2015.01.18 01:43 410호 22면 지면보기
“술은 줄였는데 담배까지 끊으라고요? 그럼 이제 무슨 재미로 살게요?”

“새해가 됐으니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생활습관을 좀 바꿔보라”는 필자의 권유에 환자들은 한결같은 답변을 한다. 물론 오래된 습관과의 이별이 쉽진 않다. 하지만 흡연은 단순히 익숙한 습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니코틴이란 물질에 대한 의존성(중독)의 문제이기 때문에 금연 자체가 매우 어렵다.

금연엔 동기부여가 매우 중요하다. 니코틴 패치나 금연보조제 등 많은 금연 방법이 사용되고 있지만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결심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선 금연 성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서민의 아픔을 달래주는 담뱃값이 오르면 서민들은 어찌 살라고 그러느냐”는 호소를 들은 기억이 있다. 담배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우울한 맘을 달래주기만 하는 단순 기호품이 아니다. 많은 발암물질을 포함한 중독성 있는 화학물질의 복합체다.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내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물질이다.

흡연자들은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들 때 가장 먼저 담배가 생각난다고 말한다. 만약 자신이 생명에 위협을 받을 만큼 중한 질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에도 착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 가장 먼저 들까?

일러스트 강일구
자신의 할머니와 아버지는 하루에 담배를 두 갑씩 피우면서도 90세까지 사셨다는 핑계를 대며 금연을 차일피일 미루던 환자가 있었다. 40년간 하루 1갑 반씩 담배를 피우던 그는 고(故) 이주일씨의 공익광고를 보고서도 ‘난 아니야’란 생각만 했다. 매년 건강검진을 하다가 일이 바빠 3년 정도 건너뛴 후에 다시 검진을 했는데 폐암이 발견됐다.

치료가 끝난 후 외래를 찾은 그는 폐암 진단을 받는 순간 주치의였던 필자의 금연 권유를 귀찮은 잔소리로만 치부했던 자신을 원망했다고 했다. 그리고 “만약 가족 중 누군가가 폐암 말고 다른 중한 질병을 진단받았다면 당장 담배 한 대 피우며 잊어버리려 했을 거예요. 그런데 막상 내가 암 진단을 받으니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담배가 꼴도 보기 싫어지더라고요”란 말을 덧붙였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끊지 못하던 담배로 인해 병이 생기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스트레스와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만약 금연 결심을 한 상태라면 그때부터는 담배를 끊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이 담배를 끊기로 했다는 결심을 주변 사람에게 널리 알려 여러 명의 시선이 자기 행동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눈에 띄면 피우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니 주변에서 담배를 다 치워 흡연 욕구가 솟아오르는 것을 피하게 한다. 담배를 피우던 때의 익숙한 상황들, 예를 들어 술자리나 점심 식사 후 티타임과 같이 흡연과 연결된 상황을 운동·영화관람·식사 후 산책 등 다른 행동으로 대신하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혼자 의지로 금연이 어렵다면 근처의 보건소나 병원의 금연클리닉을 찾아가 보자. 금연 상담뿐 아니라 니코틴 패치나 금연보조제 처방을 통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만큼은 많은 흡연자가 담배란 적과의 동침을 성공적으로 끝내기를 기대해 본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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