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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저 불통인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중앙일보 2015.01.16 00:05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아 시절의 회상』은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자신의 최고 저서의 하나로 꼽는 책이다. 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다빈치 대표작의 하나인 ‘성녀와 아기 예수와 성 안나’가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감동을 주는 비밀의 코드를 다빈치 유아 시절의 희미한 기억 조각에서 찾아낸다. 프로이트가 보기에 작품 속 성녀 마리아의 옷은 옆에서 보면 독수리의 형상이다. 거기서 프로이트는 다빈치가 아기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제 입술을 독수리가 꽁지를 여러 번 치는 판타지를 형상화한 이 작품을 어머니(독수리)와 아들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적인 관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로부터 많은 논쟁을 낳은 프로이트의 다빈치 해석은 역사심리학(Psychohistory)의 효시다. 직역하자면 심리학적 역사가 맞지만 한국어의 어감상 역사심리학이 자연스럽다. 역사심리학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id)과 자기의식(ego)과 어린 시절 부모와 스승에게서 배운 가르침의 잔상으로서의 무의식적 양심(superego) 같은 내면세계를 역사적인 인물에 적용하여 현재의 문제에 대한 답을 과거에서 찾는 방법이다. 1970년대에 미국의 역사학자 브루스 매즐리시는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인간형인 대통령 리처드 닉슨을 역사심리학적으로 설명한 저서 『닉슨 탐구』를 출판하여 주목받았다.



 매즐리시의 연구로 인간 리처드 닉슨의 내면이 많이 밝혀졌다. 닉슨은 사춘기에 형과 동생의 죽음을 목격하고 항상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폐결핵에 걸린 형을 살리려고 가족들을 두고 애리조나로 떠난 어머니가 2년이나 집을 비운 데서 닉슨은 배신감을 느꼈다. 주유소와 레몬농장 경영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아버지를 본 닉슨은 나도 저렇게 실패하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자랐다. 그는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항상 외톨이로 지내면서 몽상에 빠져 열차 기관사가 되어 전국을 여행할 꿈을 키웠다.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과 아내 말고는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통령 닉슨은 문고리 비서를 포함한 백악관의 모든 요직을 물불 안 가리고 충성을 바치는 캘리포니아 마피아로 채웠다. 그렇게 워터게이트의 비극은 준비되었고, 닉슨은 미국 역사상 임기 중에 사임하는 첫 대통령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사나운 후폭풍을 몰고 왔다. 국민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잇단 인사 참사와 국정농단의 의심을 받는 비서실장과 실세 3인방의 정리를 기대하고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열정적으로 비서실장과 세 비서관을 옹호했다. 세 비서관에 대해서는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두 번이나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실세 3인방의 위상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수첩을 접고 시선을 멀리 두고 널리 구하면 그들을 대체할 비서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박 대통령은 그들에게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가장 알기 쉬운 답은 역사심리학에서만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2007년에 나온 박 대통령의 회고록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 역사심리학적인 자료들이 비교적 충실하게 들어있다. 박 대통령은 어머니를 재일 조총련계 암살자의 흉탄에 잃었다. 아버지를 시해한 사람은 아버지의 오랜 친구요 측근인 중앙정보부장이다. 그의 의식 깊숙이 인간에 대한 불신의 트라우마가 완고하게 자리 잡았어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신당동으로 이사한 뒤에 겪은 인심의 변화를 이렇게 적었다. “당시 아버지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가는 현실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렇게 우리 곁의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갔고, 세상의 외면 속에 동생들과 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뚜렷한 신념 없이도 권력을 좇아 이쪽과 저쪽을 쉽게 오갔다. 서로에 대한 신의는 없고 얄팍한 계산만이 난무했다.”



 그때로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썼을 이 글에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넘친다. 인간 불신의 심리를 뒤집으면 한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믿고 가까이 두려고 하는 성향과 맞닿는다. 비서실장과 실세 3인방에 대한 박 대통령의 태도도 그렇게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여론은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요구한다. 대통령이 경박한 여론에 휘둘려서도 안 되지만 근거가 충분한 여론과 민심을 외면하는 것은 지도자의 패착이다. 박 대통령은 퇴근 후 혼자 있는 시간에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 객관화의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나를 제대로 볼 줄 알아야 청와대 울타리를 벗어난 전국 단위의 인물이 보인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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