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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의 경제적 대가 상당해

중앙일보 2015.01.15 17:21
여영호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1990년대 국내의 몇 몇 기업들이 앞 다투어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을 실현하겠다고 경쟁하던 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현실로 다가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 롯데월드의 123층 초고층 건축물이 드디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얼마 전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 가격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현대자동차가 드디어 그 자리에 초고층 건축물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왜 하필 초고층 건축물일까. 같은 규모로 저층의 여러 동으로 분산해 지으면 공사비도 서너 배나 절약이 될 것인데 왜 엄청나게 비싼 초고층 건축물을 지으려하는 것일까. 이에 많은 사람들은 “각 기업들이 높이에 대한 단순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건축 역사를 보면 초고층 건축물의 가치는 단순히 높이로 인식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30년에 완공된 뉴욕 맨하턴의 77층 크라이슬러 빌딩부터 시작된 고층 건축물에 대한 높이 경쟁은 초고층 건축물의 절대 가치를 높이로 인식하게 한 계기가 됐다. 이러한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초고층 건축물이 몇년전 중동지역에 완공되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감히 넘 볼 수 없을 정도인 162층(높이 약 830m) 규모로 세워진 아랍 에미레이트의 버지 칼리파 타워가 그 주인공이다. 이에 경쟁하듯이 사우디아라비아는 버지 칼리파 타워보다 더 높은 1600m 높이의 킹덤 타워를 세우겠다고 현재 야심차게 진행 중이다.



90년대 초반부터 경제 강국으로써의 이미지를 세계 널리 알리고자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더 초고층 건축물 실현에 집중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 결과물서 88층 규모의 진마오 타워 등이 세워졌다. 이처럼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높이에 집중되어왔으며 세계최고의 높이라는 것은 그만큼 관광자원으로써의 가치와 더불어 그 상징성이 대단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다시 말해서 오직 하나뿐인 세계 최고의 높은 건축물을 가지기에는 이제는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그래도 나만의 아이콘적인 초고층 건축물을 가지겠다는 국가 혹은 도시 혹은 기업의 생각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현대 도시에서는 도시 상징성으로써 초고층 건축물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미국의 맨하턴이나 시카고 시를 보아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도시가 미국의 맨하턴이나 시카고 시처럼 개발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고층건물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특히 수도 서울은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초고층 건축물이 지니는 높이라는 상징적인 가치에만 매달리기에는 지불해야 할 사회 경제적인 대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먼저 무엇보다도 건립비용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은 상당할 수 밖에 없다. 비록 어떠한 기업 혹은 지자체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미치는 국가 경제에 대한 부담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리되지 못한 무분별한 초고층 건축물 개발이 야기시킬 수 있는 문제점들도 간과될 수가 없다. 초고층 건축물은 그것을 통한 지역적인 응집력이 있어야 그 도시가 도시로서의 기능성 혹은 정체성을 발휘하는데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도시 이미지의 부재로 이어질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도시 전체의 계획적인 전략없이 여기저기 나홀로 된 초고층 건축물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선다면 도시의 이미지만 흐려질 뿐이다.



초고층 건축물의 개발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상당하지만 도시 건축적인 장래를 위한 전략이 없는 초고층 건축물의 개발은 오히려 도시 이미지와 그를 통한 도시 경쟁력만 생뚱맞게 만든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시점이다. 101 타워가 나홀로 들어선 타이베이시를 보더라도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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