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은퇴 30년 '3대 고개' … 가장 혼자 말고 가족이 함께 넘어라

중앙일보 2015.01.15 01:10 종합 5면 지면보기
중견기업 부장인 정모(53)씨는 최근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회사에서 차장급 이상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이란 소식을 접하고서다. 재산을 따져보니 6억원짜리 분당 아파트 한 채에 은퇴 후 귀촌하기 위해 강원도에 사놓은 땅, 그리고 퇴직금 2억원 안팎이 전부였다. 개인연금과 생명보험은 10년 전에 미리 들어뒀지만 30년을 버티기엔 빠듯했다. 대학생 아들과 딸에게 부모가 처한 이런 현실을 설명했다. 대학 등록금까진 대주겠지만 결혼자금은 각자 알아서 준비하라고 했다. 올해 퇴직하면 3~4년 후 아예 고향 근처로 이주할 거란 계획도 알렸다.


반퇴시대 <1> 노후설계는 가족설계다
① 연금 공백기 100만원이라도 벌고
② 자녀 학비·결혼, 도와줄 범위 상의
③ 집은 상속 말고 역모기지 활용을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퇴 시대 퇴직자 앞에 놓인 시간표는 최소 30년이다. 이 때문에 가장 혼자 노후를 설계하는 게 현실적이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0년을 내다보고 인생 설계를 하자면 부부는 물론 자녀까지 함께 가족 설계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재산 신한은행 은퇴설계팀장은 “과거 우리 부모 세대는 환갑을 넘길 때쯤 완전히 은퇴한 뒤 자녀들에게 노후를 의탁하다 70대 초·중반 살던 집을 남기고 돌아가시는 게 낯익은 광경이었다”며 “그러나 앞으로 퇴직자는 30년 이상 살아야 하기 때문에 노후대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30년을 내다본다면 ▶자녀의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부모가 어디까지 도와줄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면 어떤 형태로 할지 ▶자녀 결혼자금은 어떻게 준비할지 ▶퇴직 후 귀촌을 한다면 언제쯤 해야 할지 등 가족 구성원 모두와 관련된 변수를 감안해 설계해야 한다. 이를 가장 혼자 걱정하고 결정하려다 보면 가족 간 불화로 이어지고 최악의 경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서초동에서 벌어진 ‘세 모녀 살인 사건’도 2012년 퇴직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다 날린 40대 가장이 저질렀다. 3년째 무직이었던 그는 혼자 고시원에서 지내며 주식 투자를 하다 실패하자 장래에 대한 불안과 자괴감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 내년 정년 60세 연장을 앞두고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는 50대 조기 퇴직자는 ‘퇴직 크레바스’를 무사히 넘는 게 급선무다. 퇴직 크레바스란 빙하 사이의 거대한 틈인 크레바스처럼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까지의 소득 공백기를 뜻한다. 1998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53년생부턴 수급연령이 60세에서 단계적으로 65세로 늦춰졌다. 정씨가 올해 퇴직하면 무려 9년을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셈이다. 내년부터 정년 연장이 시행돼 60세까지 직장에 다녀도 은퇴 크레바스는 피할 수 없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이후 노후 설계의 기초가 흔들릴 수 있다.







 퇴직 크레바스를 넘자면 최대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게 최선이다. 임금피크제든, 시간제든 고정적인 소득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게 관건이란 얘기다. 김진영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장은 “월급 100만원은 현재 은행 정기예금 금리로 환산할 때 현금 15억원을 맡겨두고 받을 수 있는 이자와 맞먹는다”며 “퇴직 크레바스를 넘자면 시간제라도 일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아직 퇴직까지 여유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개인연금이나 임대소득 등으로 이 공백을 메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역모기지 등을 활용해 소득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특별취재팀=김동호·김기찬 선임기자

박진석·박현영·염지현·최현주·박유미·김은정 기자 hope.bantoi@joongang.co.kr



◆ 은퇴·노후 설계 [미디어 스파이더] 바로가기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