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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빚 13조 고통 … 아시안게임 경기장 4곳 팔겠다"

중앙일보 2015.01.15 00:55 종합 8면 지면보기
2016년 말까지였던 인천시 서구의 수도권 매립지 사용 기한이 연장될 것이라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 9일 있었던 환경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 4자 합의다. 환경부와 서울시가 갖고 있던 매립지 소유권과 매립 면허권을 인천시에 넘긴다는 내용이었다. 쓰레기를 묻을 때 매립비의 50% 가산금을 받아 전부 인천시에 준다는 등의 ‘덤’도 얹었다. 2017년부터 매립지를 못 쓰게 되면 당장 수도권에서 쏟아지는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기에 인천시에 일종의 ‘당근’을 제시한 것이었다.


시·도지사에게 길을 묻다 ⑬ 유정복 인천시장

 매립지 사용 연장설은 그 뒤부터 피어올랐다. 하지만 유정복(58) 인천시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매립지가 인천시에 있음에도 환경부·서울시가 소유권과 매립권을 가졌던 비정상을 정상화한 것일 뿐”이라며 “매립지 사용 연장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또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사용 연장과 관련해서는 어떤 합의도 없었다. 얘기 나눈 적조차 없다”고도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가능한 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한다. 시장이 된 뒤 좀체 운동할 틈이 나지 않아 시작한 ‘틈새운동’이다. 지난 13일 남동구청을 방문한 유 시장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신인섭 기자]
 -애초 사용기한인 2016년 말까지 2년 남았다. 인천시가 그 2년을 위해 면허권을 가져왔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연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비친다.



 “아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남은 기간이 중요하지 않다.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연장 불가란 것인가.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쓰레기 정책부터 그렇다. 더 획기적으로 쓰레기 양을 줄여 모두 소각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인천시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 시민협의체를 만들겠다.”



 -시민단체는 대체로 연장에 반대다. 시민협의체를 만들면 결론이 뻔할 것 같다.



 “매립지 사용 연장은 시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단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도 반발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찾아 이견의 폭을 좁혀 나가겠다.”



 유 시장과는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도 인터뷰를 했다. 당시 그가 “고통스럽다”고 한 대목이 있다. 바로 빚 문제다. 인천시는 빚이 약 4조8000억원에 이른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37.2%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가장 높다. 정부가 지정하는 재정위기 단체 기준(40%)에 근접했다. 산하 공기업까지 포함하면 빚이 13조원이다. 신도시와 옛 도심을 개발하기 위해 인천도시공사가 땅을 사들이고, 또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르느라 경기장을 새로 짓는 데 돈을 쏟아부으면서 빚을 걸머지게 됐다. 이로 인한 원금·이자 상환 부담이 한 해 4100억원가량이다. 그렇잖아도 무상복지 등으로 압박이 심한 판에 이자 부담까지 겹쳐 인천시는 옴짝달싹 못할 판이다.



 -빚을 해결할 묘안이 있나.



 “일단 경기장 몇 곳을 팔겠다. 이달 중 입찰 공고를 낼 생각이다. 서구에 있는 주경기장은 관심을 보이는 대기업이 있다.”



4900억원을 들여 지은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빚을 줄이려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진 인천시]
 -기업이 경기장을 왜 사려고 하나.



 “구조를 바꿔 대형마트를 운영하거나 영화관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도 활용할 것으로 안다.”



 -주경기장 말고 또 어디 를 매각할 생각인가.



 “체조·럭비장이 있는 남동경기장이나 하키장 등을 갖춘 선학경기장, 양궁장이 있는 계양경기장 등이 후보가 될 것 같다. 주변에 노는 땅이 있고 교통편도 좋아 문화·상업시설로 기업들이 개발할 여지가 있다.”



 -모두 처분하면 어느 정도 돈이 들어올까.



 “아직 확실치 않다.”



 -매각하면 빚을 모두 메울 수 있나.



 “부족하다. 그래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리스·렌트 차량 업체들이 대거 인천을 본거지 삼은 게 본보기다. 차량을 등록하거나 명의 이전할 때 다른 지역보다 공채를 덜 사도록 한 결과다. 이 업체들이 인천시에 내는 세금이 한 해 2000억원이다.”



 -복지관 운영비 같은 민생예산을 줄인다고 반발이 많았다.



 “빚이 많은데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닌가. 항의방문 받을 때도 있지만 재정상황을 설명하면서 ‘언제까지 빚에 눌려 지낼 순 없지 않느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면 많이들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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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수건을 쥐어짜야 하지만 미래를 위해 개발도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섬이다. 인천에는 섬이 168개 있다. 1004개가 있다는 전남 신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발전 가능성은 더 높다. 서울·경기도가 가까이에 있고 중국도 있다.”



 -어떤 섬을 어떻게 꾸미겠다는 건가.



 “강화도와 덕적도·작약도 같은 곳을 휴양섬으로 만들어보련다. 강화도는 길상면에 스파와 허브정원 등을 갖춘 종합리조트를 만들고 역사문화 둘레길도 조성할 생각이다.”



 -올해 예산에 국비를 많이 확보했다.



 “2조853억원이다. 정부가 아시안게임을 지원해 줬던 지난해보다도 640억원 많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비, 인천로봇랜드 조성 사업비, 보훈병원 건립비 등을 따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어서 예산을 많이 땄다는 시각이 있다.



 “발로 뛰어다닌 결과라고 하고 싶다. 시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각 부처 장관은 물론 담당 사무관까지 만나 인천의 재정상황을 설명하고 현안자료를 전달했다. 교통이나 구도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로공사나 주택공사 같은 곳도 찾아다녔다.”



 -지난해 산하 단체장과 감사에 고교 동문과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인물을 많이 앉혔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능력에 따라 기용하려 했다. 제3자의 의견을 들어가며 인사를 하려고 했다. 인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겠다.”



인천=최모란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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