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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김정은 돈줄 끊기 … 2005년 BDA식 제재까지 검토

중앙일보 2015.01.15 00:52 종합 10면 지면보기
미국이 북한을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는 제3국 금융기관도 제재하는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식 제재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대응을 주고받는 남북 간 기류와는 온도차가 크다.


미 의원들, 행정부보다 강경
해외 은행들과 북한 거래 막고
숨겨놓은 뭉칫돈 찾아내 동결
북, 박 대통령 회견에 비난 자제

 13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니 해킹 청문회에 출석한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차관보는 “북한 엘리트들에게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우리는 북한의 돈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설명한 대북 제재 방향은 ▶해외 은행들이 북한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고 ▶해외 은행에 숨겨놓은 북한의 뭉칫돈을 찾아내 본국으로 송금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이 두 갈래 조치로 북한 정권이 해외에서 운용하는 통치자금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의원들은 행정부보다 더 강경했다. 엘리엇 엥겔 민주당 의원은 “무수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수십 년 전과 비교해 여전히 비핵화에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에드 로이스(공화당) 하원 외교위원장은 BDA 방식의 금융 제재 내용을 담은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2005년 9월 북한이 마카오의 BDA를 이용해 돈세탁을 했다고 판단, 북한 계좌를 동결해 큰 타격을 줬다. 서울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4일 발동한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서도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은행·정부 등이 미국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14일자 노동신문에서 남한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북한이 지난해와 달리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도 올해 회견에서는 북한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이와 달리 북한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 회견에서 장성택 처형 등을 언급했을 때 “우리 내부 문제까지 왈가왈부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사흘 만에 박 대통령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거절했다.



안명훈
 ◆북 “한·미 훈련·핵실험 함께 중단” 또 제안=북한은 올해 한·미 군사훈련과 핵실험을 함께 중단하자는 제안을 또다시 내놓았다. 주 유엔 북한대표부 안명훈 차석대사는 1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올해 1년간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로 중단할 수 있다고 지난 9일 미국에 제안한 바 있다”면서 “이 제안이 실행되면 올해 한반도에서 많은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일’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미국이 추가 설명을 원한다면 우리는 제안 취지를 미국에 직접 설명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정부는 미국의 대북 제재와 상관없이 우리 원칙대로 남북대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여러 차례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는 소니 해킹에 따라 제재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남북 접촉은 그와 별개이니 알아서 진행하라’는 입장을 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공세를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미 동맹의 핵심이 대북 공조인데, 미국이 압박을 꾀하는 상황에서 대화에 무게를 둔 대북정책을 적극 추진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 도쿄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2005년 BDA 제재 때처럼 미국의 대북 제재가 남북대화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북핵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발표로 큰 진전이 있었으나 곧바로 미 재무부의 BDA 제재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국립외교원 김현욱(미주연구부장)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가 확고한 대북 제재로 돌아선 만큼 남북 관계에도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남북대화와 한·미 관계를 잘 가져가야 하는 정부로서는 미국과 북한 양쪽 모두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뉴욕·워싱턴=이상렬·채병건 특파원

서울=유지혜·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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