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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인질범, 5일 전에도 칼로 아내 찔러

중앙일보 2015.01.15 00:49 종합 12면 지면보기
“빨리 집으로 들어와라. 안 그러면 다 죽여버리겠다.” 지난 13일 오전 11시40분 경기도 안산시 인질극 현장. 인질범 김모(47)씨의 격앙된 목소리가 아내 A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흘러나왔다. A씨 옆에 있던 이종화 경찰대 위기협상연구센터 교수는 종이에 ‘미안해. 하지만 아이들은 죄가 없잖아. 일단 밖에 나와 얘기하자’고 써서 보여줬다. 일종의 협상 대본이었다. A씨는 협상전문가인 이 교수의 조언에 따라 이런 대화를 세 시간 가까이 이어갔다.


아내가 전화 안받자 의붓딸 살해
화상통화로 쓰러진 딸 보여주며
"계속 안 받으면 큰 딸도 … " 협박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전 남편 B씨는 전날 오후 9시쯤, 작은딸(16)은 이날 오전 9시38~56분 사이에 살해됐다. 큰딸은 경찰에서 “김씨가 엄마와 통화가 되지 않자 홧김에 동생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휴대전화 기록상 A씨가 김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시간이 바로 이때였고, 그 사이 김씨는 작은딸을 흉기로 찌른 뒤 질식사시킨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남은 인질은 큰딸과 B씨의 지인 이모(32·여)씨였다. 김씨는 A씨와 통화하면서 “인질을 계속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낮 12시45분엔 화상통화 도중 휴대전화를 돌려 피를 흘리고 쓰러진 작은딸과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B씨를 보여줬다. 충격을 받은 A씨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러자 김씨는 “왜 대답을 않느냐. 큰딸도 살해하겠다”고 소리쳤다. 이에 이 교수는 ‘큰딸을 살려야 한다. 힘을 내 대답하라’는 쪽지를 A씨에게 보여줬다.



 혹시 살아 있을지 모를 작은딸을 구하러 이때 곧바로 진압 작전을 펴지 않은 데 대해 경찰은 “큰딸이 위험할 수 있어 진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후 감정이 누그러지면서 자수 의사를 밝혔고, 오후 2시25분 창문을 깨고 진입한 경찰특공대에 검거됐다.



 한편 김씨는 지난 8일에도 A씨 집을 찾아가 외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A씨의 허벅지를 찌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A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에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14일 오후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안산=임명수·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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