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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목요일] '동전의 양면' 뇌·심장 혈관 질환

중앙일보 2015.01.15 00:27 종합 20면 지면보기
#1. 중견기업 영업직원 이모(46·서울 마포구)씨의 회사 생활은 접대의 연속이다. 밤낮이 없다. 낮에도 맛집을 잡아 거래처 손님과 만나고 저녁에는 주 3회 이상 술자리를 갖는다. 30대에 1m75㎝, 70㎏이던 몸이 지금은 96㎏이 됐다. 2011년 고혈압·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해 1월 초 갑자기 왼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졌다. 급히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해보니 오른쪽 뇌 혈관이 막힌 사실을 발견했다. 급성 뇌경색이었다. 신경과에 입원해 약물치료를 받아 고비를 넘겼다. 의사의 권유로 심장혈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심장 근육에 산소·영양을 공급하는 혈관(관상동맥)이 70% 정도 좁아진 것으로 나왔다. 심장내과 심장혈관 조영술(보조 약물을 먹고 촬영하는 기법)에서 협착이 확인돼 스텐트(금속 그물망) 시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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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서울 성동구 이모(82)씨는 담배를 피운 적이 없고 고혈압·당뇨병이 없었다. 지난달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왔다. 사흘간 계속 아팠고 왼쪽 팔·다리에 기운이 빠졌다. 응급실에서 관상동맥 조영술을 하니 혈관이 좁아져 있고 혈전(피떡)이 확인됐다.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팔·다리 기운이 빠지는 증세는 심근경색증에서 흔하지 않은 증상이어서 의료진은 뇌 MRI검사를 권했다. 그 결과 뇌혈관이 막히고 뇌 조직이 괴사(壞死·조직의 일부가 죽어가는 현상)하는 질환인 뇌경색이 발견돼 약물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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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환자의 사례처럼 심장혈관과 뇌혈관 질환은 형·동생처럼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다. 어느 한쪽에서 문제가 생겨 그걸 해결하면 모든 게 해결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과 마포구청은 2010년 5월부터 50, 60대 마포구 주민 1643명을 대상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 사업을 벌여왔다. 이 중 73명에게서 관상동맥 질환(석회화 지수 400 이상)이 발견됐다. 73명의 경동맥을 검사했더니 56명(76.7%)의 혈관이 좁아진 상태였다. 콜레스테롤 때문이었다. 경동맥은 뇌 입구 혈관으로 뇌에 혈액을 공급한다. 이게 좁아진 것은 뇌경색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관상동맥 질환이 없는 1570명 중 경동맥 혈관이 좁아진 경우가 542명(34.5%)이었다.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허지회 교수팀이 2006년 7월~2010년 6월 급성 뇌경색 환자 1304명을 조사했더니 심장 관상동맥이 50% 이상 좁아진 사람이 421명(32.3%), 가벼운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사람이 493명(37.8%)이었다. 뇌혈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 10명 중 7명이 심장혈관에도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1304명은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흡연·비만) 중 2개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다 경동맥이 좁아지면 심장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8.4배 커진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2013년 3년 사이에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이 발생해 둘 다 진료를 받은 사람이 18만3347명에 달한다. 남녀가 거의 비슷하다. 70대가 7만529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60대, 80대 순으로 많다.



 뇌·심장 혈관 질환은 한국인 사망원인 2, 3위를 차지한다. 10년 전인 2003년에도 그랬다. 1위가 암인데 암은 여러 부위를 합한 것이어서 단일 신체 부위를 따지면 뇌·심장 질환만 한 위험한 병이 없다. 혈관에 탈이 나는 주원인은 동맥경화증이다. 혈관 벽에 지방(콜레스테롤)이 달라붙어 커지면 죽상경화반이 된다. 여기에 지방과 혈소판 등이 결합하면 혈관이 딱딱하고 좁아지는데 이것이 동맥경화증이다. 혈전(피떡)이 혈관을 돌다 좁아진 부위를 막을 수 있다. 이게 심장혈관에 나타나면 심근경색증, 뇌동맥에 나타나면 뇌경색이다. 일반적으로 40, 50대에 심혈관의 동맥경화증이 나타나고 10~20년 후 뇌혈관 동맥경화증이 진행된다. 심혈관 질환 진단을 받으면 뇌혈관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뇌혈관 질환이 있으면 심혈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쪽에 문제가 생긴 사람에게 나머지 혈관 검사를 적극적으로 권하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심장내과는 심장혈관에, 신경과는 뇌혈관에만 주목했다. 검사법이 발달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이제는 함께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혈관 건강을 위해 위험인자 여섯 가지(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비만·흡연·스트레스)는 낮추고 두 가지(과일·야채 섭취)는 올려야 한다. 2008년 미국 심장학회 조사를 보면 118명의 고혈압 환자가 매일 과일·야채를 먹었더니 1회 섭취마다 혈액의 흐름이 6.2% 좋아졌다.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게 좋고 담배는 무조건 안 좋다. 적당량의 음주는 심장 발작을 줄이고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축적되는 것을 줄인다. 적당량의 술은 맥주 240㏄, 와인 125㏄, 양주 25㏄를 말한다.



최동훈 세브란스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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