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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직의 바둑 산책] 박정환, 13번째 국수 등극 … 입단 9년 만에 '최고수'에

중앙일보 2015.01.15 00:05 종합 25면 지면보기
14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58기 국수전 도전 4국에서 박정환 9단(왼쪽)과 조한승 9단이 대국을 마치고 복기하고 있다. [사진 한국기원]


조훈현(左), 조남철(右)
박정환(22) 9단이 생애 처음으로 국수(國手)가 됐다. 박 9단은 14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58기 국수전 도전 4국에서 조한승(33) 9단을 이기고 종합 전적 3대 1로 타이틀을 획득했다. 조 9단의 우승 기록은 3연패(2012~2014)로 그쳤다.

4연패 노린 조한승 3대 1로 꺾어
조훈현 10연패, 조남철 9연패 기록



 국수는 말 그대로 바둑계의 최고수를 뜻하는 단어다. 하지만 본래 바둑에만 쓰는 용어는 아니었다. 예부터 장기는 물론 특정 예능의 최고 기능자를 국수라고 불렀다. 고명한 의사도 역시 국수라고 불렀다.



 바둑에서 국수 칭호는 중국 당(唐·618~907)



나라 때 처음 나왔다. 당나라 사람 소악(蘇鄂)이 쓴 『두양잡편(杜陽雜編)』에 황제의 기대조(棋待詔·황제의 바둑을 상대했던 관직 이름)였던 고사언(顧師言)을 두고 당대의 제1국수라고 불렀다는 말이 있다.



 한학자 신호열(1914~93·프로 2단) 선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바둑 실력은 행기(行棋·기원 실력 7~8급으로 요즘 인터넷 초단보다 약하다), 군기(郡棋·5~6급), 도기(道棋·1~2급), 국기(國棋·프로 초단)로 보통 나뉘었다. 행기는 행세를 할 만한 실력, 군기는 군내에서 가장 잘 두는 사람이란 뜻이다. 나라의 최고수라는 뜻의 국기는 조선조에서 국수와 함께 통용됐다.



 1950년 한국은 단위 결정시합을 개최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실력 차이를 말해 줄 수 있는 기준이 필요했다. 지역적인 차원의 국수는 그런 기준으로 적합하지 못했고, 초단·2단 등 단위로 실력을 구별하는 제도가 적절했다. 당시 국수 칭호를 버리고 초단을 받은 국수급(級) 인사는 모두 14명이었다.



 국수전은 국내 프로기전의 효시였다. 하지만 1956년 동아일보에서 기전을 개최할 때 기전 이름을 요즘처럼 국수전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초단을 받았던 14명 모두 다 국수로 불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전 이름을 ‘국수 제1위전’이라고 했다. 국수전 명칭은 2기부터 사용했다.



 이름과 전통이 남다른 만큼 프로세계에선 한 번 국수에 오르면 타이틀을 잃은 다음에도 국수라 불러주는 관행이 남았다. 김인(72) 9단이나 조훈현(62) 9단은 타이틀을 잃고 난 다음에도 김 국수, 조 국수로 불렸다.



 또 국수는 프로세계만의 용어도 아니었다. 시인·묵객들이 풍미했던 관철동 시대(1968~94·한국기원이 관철동에 있던 시절)에 시인 박재삼(1933~97)을 주변에선 박 국수라 불렀다. 그의 실력은 약한 5급이었다.



 국수전은 1956년 조남철(1923~2006) 9단이 우승한 이래 지금까지 단 12명의 기사만이 국수위(位)에 올랐다. 조남철 외에 김인·윤기현(73)·하찬석(1948~2010)·조훈현·서봉수(62)·루이나이웨이(芮乃偉·52)·이창호(40)·이세돌(32)·조한승·최철한(30)·윤준상(28) 9단이 그들이다. 루이 9단은 국수에 오른 첫 여자기사이자 외국인이기도 했다.



 국수전엔 조남철의 9연패(1~9기), 김인의 6연패(10~15기), 조훈현의 10연패(20~29기) 등 연패 기록이 많았다. 1998년 제42기부터는 3연패 이상을 기록한 기사가 없다. 2연패가 보통이고 길어야 3연패다.



 바둑계는 기사들의 실력 편차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본다. 6연패·9연패 등 연패 기록이 가능한 배경에는 도전기 제도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 도전기는 전기(前期) 우승자가 금기(今期)의 도전자의 도전을 받아 승부를 치르는 형식이다.



 오늘날 국수전은 유일하게 도전기로 우승자를 가리는 기전이다. 요즘엔 국수전을 제외한 모든 기전이 도전기 형식을 취하지 않고 있다. 전기에 우승을 해도 시드를 받아 16명 또는 32명 본선 토너먼트부터 시작해야 한다. 초단이 9단을 이기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라 실력의 편차도 줄어들어 전기 우승자라도 결승까지 올라가기가 힘든 세상이 됐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는 제58기 국수전의 총 규모는 1억8000만원이며 우승상금은 4500만원(준우승 15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 3시간1분, 초읽기 5회다.



문용직 객원기자





◆박정환=1993년 서울 출생. 6세에 바둑을 배운 후 2006년 입단. 2007년 엠게임 마스터스 챔피언십 우승 후 국내 타이틀 획득 9회. 2010년 9단 승단(국내 최연소 9단 승단·17세11개월). 2011년 제24회 후지쓰배 우승(대회 최연소 우승·18세7개월). 2014년 제19회 LG배 결승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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