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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괴물 오타니 '악마의 구속' 170㎞ 도전

중앙일보 2015.01.15 0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투수·타자 겸업 작년 11승 10홈런
세트포지션으로도 162㎞ 던져
와인드업으로 폼 바꿔 가속 욕심
메이저리그 채프먼 170.6㎞ 유일
동양인 근육질 달라 넘기 힘들어
팔꿈치 무리 … 심각한 부상 위험









2012년 12월, 일본 프로야구 구리야마 히데키(54)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한 오타니 쇼헤이(21)를 만났다. 그리고 “투수와 타자에서 모두 일류 선수로 만들어 주겠다”며 ‘이도류(二刀流·두 개의 칼) 계획’을 설명했다.



 오타니는 그해 일본 고교생 최초로 시속 160㎞의 강속구를 던졌다.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등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의 러브콜을 받은 오타니는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그러나 구리야마 감독이 직접 나서 오타니에게 최고 투수인 동시에 최고 타자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괴짜 신인은 미국 진출을 미루고 니혼햄과 계약했다.



 오타니는 프로 첫 시즌인 2013년엔 부상이 겹쳐 13경기에 등판해 3승(평균자책점 4.23)을 올리는데 그쳤다. 타석에선 타율 0.238, 홈런 3개를 때렸다. 지난해 오타니는 한 단계 올라섰다. 투수로서 11승 4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했고, 타자로는 타율 0.274, 홈런 10개를 쳤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10승과 10홈런을 한 시즌에 달성한 최초의 선수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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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이 발전하고 분업화가 정착된 현대 야구에서 투·타를 겸업하는 건 무모한 도전이었다. 일본의 전설적 타자 장훈(75)은 “프로야구는 동네 야구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18년 베이브 루스 이후 10승-10홈런을 한 시즌에 기록한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 해태 김성한(57)이 투수로 10승, 타자로 13홈런, 타율 3할을 기록한 건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일이었다. 당시 해태는 선수가 18명에 불과했다.



 아직도 아마추어에선 특출한 선수가 에이스이자 4번타자로 활약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프로에 오면 필연적으로 하나를 택한다. 투수와 타자가 사용하는 근육·관절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로에서는 한 가지 훈련만 해도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고교 시절 최고 투수였던 추신수(33·텍사스)도 미국 진출 후 타자로 정착했다. 봉중근(35·LG)은 타격 재능이 더 뛰어났지만 투수를 택했다. 대학 2학년 때까지 투·타를 겸했던 나성범(26)은 NC 입단 후 타자의 길을 걸었다. 때문에 오타니의 도전을 만화 같은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다루빗슈 유(29·텍사스)는 “투타겸업이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걸 계속 한다면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괴짜는 또 다른 도전을 선언했다. 오타니는 지난 11일 “스피드를 올리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170㎞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10월 25일 라쿠텐전에서 일본인 투수 최고 스피드인 162㎞를 기록했다. 2011년 메이저리그 아롤디스 채프먼(27·신시내티)이 세계 최초로 시속 170.6㎞를 기록한 적이 있다. 시속 170㎞의 공은 0.3초 만에 홈플레이트에 도달한다. 타자의 일반적인 반응 속도인 0.4초보다 빠르기 때문에 보고도 치기 어렵다.



 아시아인 투수의 최고 스피드는 세계 기록보다 시속 10㎞ 이상 낮았다. 공을 던질 때 필요한 속근(수축속도가 빠른 근육)의 질이 타 인종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1m93㎝·90㎏의 큰 체격에 유연성까지 갖춘 오타니라면 170㎞에 근접할 수 있다. 



 강속구에는 부상 위험이 뒤따른다. 미국 스포츠의학연구소 글렌 플레이직 박사는 인간이 던질 수 있는 최대 구속을 161㎞ 정도라고 주장했다. 실험 결과, 이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려면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가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타니는 다른 투수들과 달리 주자가 없을 때도 세트포지션(작은 동작)으로만 던진다. 와인드업(큰 동작으로 전력투구)으로 던지는 것만으로 구속이 최대 5㎞ 빨라질 수 있다. 오타니는 새 투구 폼을 익히기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한 달 먼저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오타니는 어깨가 유연하고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의 힘이 육상선수보다 강하다. 왼발을 리드미컬하게 내딛고, 발을 내딛을 때 얻는 반발력(지면 반력)이 크다. 김영관 전남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와인드업을 하면 (다리를 높게 들어) 위치에너지가 증가해 스피드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오타니는 폼이 부드럽고 리듬이 좋아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괴물’의 진화에 일본 열도가 열광하고 있다.  



김원 기자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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